리스크 관리 목적? 유통업계, 공정위 출신 이사 관행 여전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주요 유통기업들이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했다. 일부는 감독기관에 해당하는 공정위 자문위원과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정위 공정거래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 중인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세계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 최 교수는 공정위 공정거래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 혁신금융심사위원을 겸하고 있다.

공정위 출신 인사도 사외이사로 등용됐다. 롯데웰푸드는 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 이사는 현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동원F&B는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인 김성하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법무법인 지평 고문인 김 이사는 2022년부터 동원F&B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코리아세븐 사외이사도 겸직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박 교수는 2018년부터 5년간 공정위 자체평가위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공정위 사무처장 출신인 채규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현대백화점과 아모레퍼시픽 사외이사로 동시에 신규 선임됐다.

유통가의 공정위를 향한 러브콜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 중 공정위의 제재 등 관련 이슈에 해당하지 않는 곳이 사실상 드물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에게 관련 자문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충돌 논란은 진행형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업무(퇴직 전 5년간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된다. 인사혁신처는 매년 취업 전 심사를 받아야 되는 취업심사 대상기관을 고시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웰푸드의 신 이사나 동원F&B의 김 이사는 공정위에서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요직에 있었던 경험이나 인맥이 규제당국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공정위가 관리하는 공정거래정책자문단이나 자체평가위원 등은 외부인사로 취업제한이 없으나 공정위와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퇴직자가 취업 제한 등 규정을 준수하고 활동을 하는 것과 외부 인사에 대해 활동을 제약할 수는 없다”며 “그동안 문제가 생겼다면 취업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기업이 공정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바림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이해충돌을 넘어 로비의 통로가 되지 않게 법적인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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