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동개혁 동력 저하, 근로시간·정년연장 가시밭길

범야권이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노동·연금·교육’ 등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도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무엇보다 3대 개혁의 첫 과제로 꼽혀왔던 노동개혁은 험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출범 후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은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야당의 압승으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던 ‘중대재해법 2년 유예안’ 등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재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도 야당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당초 지난 4일 진행키로 했던 사회적 대화 일정을 회의 시작 하루 전에 잠정 연기했지만 아직 새로운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선 윤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의제가 대부분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테이블로 넘어간 만큼 사회적 대화의 수위 조절을 위해선 총선 결과를 감안해야 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노사정은 지난 2월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년연장 등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 구성이 어떻게 되더라도 사회적 대화에서 나온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는 대화대로 하고, 입법부와의 대화도 대화대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과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 많은 만큼, 사회적 대화도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주 52시간제’를 특정 업종에 대해선 유연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과 ▷60세로 정해진 법정정년을 ‘계속고용’ 형태로 할 지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할 지 하는 첨예한 문제 등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각 위원회에서 합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국회 내 입법 과정에서도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재추진하려던 국민의힘의 노동정책도 힘이 빠지게 됐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이와 함께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근로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의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야당은 해당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바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한 차례뿐이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부 업종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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