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국민연금공단 제공] |
앞으로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군인연금액이 지난해 전체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지급액을 제외한 공무원·군인연금 지급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결과 1230조원을 상회하면서 미래 국가재정 건전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가 고용주체인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230조2000억원으로 2022년 말(1181조3000억원) 대비 48조9000억원이 늘어 4.1%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연금충당부채는 이미 기금이 매년 수조원을 국민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서 각각 45조3000억원, 3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전체 국가부채 2439조3000억원의 50.4%에 달한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의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을 추정한 금액으로 현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장기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정부는 국가회계법에 따라 지난 2009년 발생주의 회계제도를 도입한 이후 2011년부터 매년 산정해오고 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과 같이 크지 않다. 지난 2020년 연금충당부채 전년 대비 증가율은 10.6%를 기록했고, 2021년에도 8.9%에 달했다. 2022년에는 전년대비 증가율이 3.8% 수준으로 지난해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할인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할 추정연금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으면 할인율이 상승해 평가액은 감소한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가율이 줄어든 착시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기재부는 “국가부채는 국가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통해 산출되며, 지급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충당부채 등 비확정 부채가 포함된다”며 “특히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장기간에 걸친 미래 지급액만을 추정한 금액이며, 실제 지출은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우선 충당하고 있어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할 빚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정 당국의 이같은 설명에도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가입자들의 고용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용자로서 지급해야 할 확정 부채이지만, 일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이와는 다르다”며 국민연금을 연금충당부채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사실상 국민연금을 이들 연금과 분리해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개인이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 수급권은 사유재산인 만큼 기금이 소진될 경우 정부는 세수 투입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가입기간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놓고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강화론’을 주장하는 이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국민연금은 물론 국가부채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