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0회 연속 연속 3.5%로 동결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3.50%로 묶었다. 10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조정없이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작년 2·4·5·7·8·10·11월에 이어 올해 열린 세 차례(1·2·4월) 금통위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는 현행 3.50%로 유지하게 됐다.

불안한 물가 상황이 금리 동결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반년 만에 올해 1월(2.8%) 2%대에 진입했다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시 3%대에 올라선 뒤 내려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었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 품목 대부분이 비용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

막대한 가계부채 문제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작년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빚) 비율이 100.6%로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상태다. 특히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부동산 상승 기대로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면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한은이 금리를 묶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은 3.5%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비교적 조기(6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얕아지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한은도 통화정책을 펼칠 공간이 많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5.25∼5.50%) 보다 역대 최대(2.0%포인트) 수준으로 낮다. 한은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을 감수하고 굳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다.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는 한은이 3분기에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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