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4·10 총선’이 끝나면서 '잠정 보류' 상태였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위한 논의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규제에 긍정적인 야당이 국회 다수당 지위를 공고히 한 만큼, 법안의 규제 강도와 대상이 종전보다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과 관련한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며 법안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표 플랫폼법' 입법 계획은 지난해 12월 처음 발표됐다. 공정위는 당시 브리핑을 통해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플랫폼법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법안 제정에 힘을 실었다. 공정위는 법안의 세부 내용을 확정해 2월 중 정부안을 발표하고, 여당 의원입법 방식을 통해 총선 전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 제정을 둘러싼 업계 반발을 우려한 여권이 플랫폼법 발의 요청에 난색을 보이면서 입법은 총선 뒤까지 잠정 보류됐다. 공정위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특히 당초 플랫폼법의 핵심이었던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 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총선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정위는 플랫폼 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이 그대로 유지됐음에도 플랫폼법 입법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각론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양당 모두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야당이 다수당의 입지를 굳힌 것이 업계 반발에 부딪혀 후퇴한 플랫폼법의 규제 강도를 오히려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한 규제 입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자율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간 갑을관계 규율에 대해서도 야당은 입법을 통해 보다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플랫폼 법안도 이미 다수 있다.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 입법을 주장해왔던 김남근 변호사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22대 국회의 '1호 민생법안'으로 갑을관계 규율을 포함한 플랫폼법을 발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갑을관계 규율은 자율 규제에 맡겨야 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만큼 입법 과정에서 다소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반발과 통상 우려 해소 등 숙제도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