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보 협정’ 솔로몬제도 내일 총선…친중이냐 친미냐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해 미국, 호주 등 서방의 이목을 집중시킨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17일(현지시간) 약 5년 만에 총선을 치른다.

16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AFP통신 등에 따르면 솔로몬제도는 17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5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투표를 실시한다. 선출된 의원들은 이후 투표를 통해 차기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솔로몬제도는 당초 2023년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태평양 도서 국가 스포츠 대회인 '퍼시픽게임'을 치르면서 재정 문제가 불거졌고 올해로 연기됐다.

10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인구 70만명의 태평양 작은 섬나라 총선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친중 정책을 펼치는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친미·친서방 성향의 야당이 맞붙어서다. 이번 총선은 이곳에서 영향력을 지키려는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다.

연임을 노리는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2000년 이후 네 차례나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2000년 6월 처음 총리에 올라 2001년 12월까지 재임했고, 2006∼2007년, 2014∼2017년에도 총리를 맡았다.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4번째 총리 임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2019년 총리에 다시 오른 뒤 오랫동안 외교 관계를 맺던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2022년에는 중국과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해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의 우려를 샀다.

이런 친중 행보에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최첨단 의료 센터와 1만석 규모의 육상 경기장을 지었고, 수도 호니아라 항구 재개발과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또 솔로몬제도 내에 중국 경찰을 파견해 현지 경찰 교육을 맡고 있다.

소가바레 총리의 친중 행보 이후 솔로몬제도는 반으로 나뉜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날섬과 여기서 110㎞가량 떨어진 말레이타섬 주민들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과달카날섬은 중앙정부의 각종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말레이타섬 주민은 정부 지원이 차별적이라고 지적하며 자신들이 가장 가난한 국민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교한 대만과 미국, 호주 등은 솔로몬제도 정부와 관계 없이 말레이타섬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의 친중 정책에 대한 말레이타섬 주민들의 반감은 더 커지고 있다.

2021년과 2023년에는 친중 정책에 반대하며 말레이타섬 주민들 주도로 수도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소가바레 총리의 가장 강력한 상대는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 의원이다.

솔로몬제도 초대 총리의 아들이자 야당인 연합당(UP)을 이끄는 그는 중국과의 안보 협정을 재검토하고 중국은 물론 대만과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소가바레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야당이 연합하지 못하고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다.

루스 릴로쿨라 솔로몬제도 투명성 단체 대표는 "여당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어 총선 후 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만 정권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선거 참관인을 파견해 투표와 개표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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