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후 한국으로 온 베트남 여성 중 결혼을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사례가 있다고 베트남 주요 매체가 최근 보도했다.
베트남 현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한국 남편을 둔 베트남 아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국제 결혼의 부작용을 살펴봤다.
보도에 따르면 20세 베트남 여성 A 씨는 결혼 중개 서비스를 통해 한국 남성 20명의 신상 정보와 배경 등을 확인했다.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상대를 고른 후 6개월 가량 결혼 이민 서류 작업과 한국어 학습 등 절차를 밟았다.
이후 한국행에 나선 A 씨는 47세의 남편과 결혼했다.
A 씨는 "많은 고향 사람들이 한국에 불법 입국해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나는 비자 우려를 피하기 위해 현지인과 결혼하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 A 씨는 원래는 남편과의 진정한 결합을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직업을 갖고 살 수 있게 된 후 이혼을 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됐다.
그는 "병원에서 남편의 나이 탓에 임신이 쉽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남편은 부당하게 내 책임이라고 주장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언어 장벽 탓에 의사 소통이 어려워 집 밖 활동은 슈퍼마켓 장 보기뿐이고,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에도 침묵만이 흘렀다고 했다.
A 씨는 "우리가 드물게 의사소통을 할 때는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했다)"라며 고립감과 향수병으로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국 법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2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2019년 이혼한 결혼 이주 여성의 체류 자격이 확대되자 일부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인과 결혼 후 이혼하는 것을 목표로 이러한 생활을 버티는 중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27세의 베트남 여성 B 씨는 2000만동(약 108만원)을 들여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남편의 나이는 41세였다. 장모(45세)보다 불과 4살 적었다.
B 씨는 "나는 결혼을 2~3년 내 (한국)국적을 얻는 수단으로 보고, 영구적으로 함께 살 뜻은 없다"며 "내 목표는 국적 취득 시험을 위해 체류 자격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남편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며 "매일 짜증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내 정신건강에 부작용을 미치는 중"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신고 기준)는 19만4000건으로 추산됐다.
국제 결혼은 2만건으로 전체 결혼의 10.2%를 차지했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33.5%), 중국(18.1%), 태국(13.7%) 순이었다.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27.7%), 중국(18.4%), 베트남(15.8%)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 매체는 한국으로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과 베트남 남성의 결혼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소개했다.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 대다수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하고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베트남 출신 한국 여성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