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말고 이거 살걸” 팔았더니 50배 폭등…맥도날드 울린 ‘매운 맛’ 정체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맥도날드ⓒ] [치폴레ⓒ]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대체 왜 팔았습니까. 이렇게 크게 될 기업인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맥도날드 경영진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마른 침을 삼켜야했다. 맥도날드에서 통째로 팔아버린 6만원짜리 프랜차이즈 주가가 15배 가까이 뛰었는데, 침착할 수 있는 주주가 어디있으랴.

그로부터 또 한 번의 10년이 지난 2024년. 맥도날드는 다시금 그날을 떠올리며 밤잠을 설칠 지 모른다. 60달러(약 8만2000원) 언저리에 팔아버린 그 회사, 지금 주가는 약 50배 가까이 더 뛴 3000달러(약 412만원) 선을 터치했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패스트 멕시칸 레스토랑이 된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 얘기다. ‘치폴레 코인’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이 상황 어쩌다 벌어졌을까.

[치폴레ⓒ]
“맥도날드랑 왜 헤어졌어?”…“그때 우린 너무 달랐어”

주식 딸랑 1주가 ‘0을 잘못 셌나’ 싶을 정도로 비싸다. 비싸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가, 11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까지 놀랄 노자다. 이 공룡의 정체는 미국 내 300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50개 넘는 해외 지점을 운영 중인 멕시코풍 레스토랑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다.

1993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문을 연 치폴레는 주력 메뉴가 타코·부리또·부리또 볼(bowl)·샐러드 등인 멕시칸 식당이다. 멕시코 음식이라는 이유로 ‘타코벨’의 라이벌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주문 방식은 오히려 서브웨이와 닮았다. 패스트푸드지만 건강하고, 원하는 재료를 개인이 맞춤형으로 골라 담을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

정크푸드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치폴레는 20년 전까지 맥도날드(McDonald's)가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나 다름없었다. 맥도날드는 1998년 치폴레에 집중 투자하면서 단 14개에 불과했던 치폴레 매장을 2005년 500개 가까이 늘리는 데 공헌했다.

그런 맥도날드는 2006년 돌연 치폴레를 매각한다.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치폴레 창업자인 스티브 엘스는 “치폴레와 맥도날드는 사람과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며 결별 비화를 밝혔다. 맥도날드는 치폴레에 차를 타고서도 주문이 가능한 ‘드라이브 스루’(DT) 영업과 아침식사 판매 등을 요구했고, 직영점을 고집하던 치폴레에 가맹점 방식을 도입하길 원했지만 치폴레 측이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치폴레ⓒ]

아이러니하게도 치폴레는 훗날 맥도날드가 제안했던 아이디어로 회사를 크게 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새롭게 문을 연 300여개 가맹점을 ‘치폴레인(Chipotlanes)’이라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운영하자 해당 매당 매출이 15%가까이 올랐다. 맥모닝 같은 아침 메뉴, 맥딜리버리 같은 배달 서비스? 이젠 치폴레에도 당연히 있다.

어쩌다 대박?…창업자 몰아내고 라이벌社 CEO 데려와

잘 나가던 치폴레는 2015년 치폴레 식중독 사태로 기업 이미지 타격을 입은 뒤 고전하던 시기도 있었다. 상황이 반전된 건 창업자 스티브 엘스가 물러나며 타코벨 최고경영자 출신을 구원투수로 영입한 이후다. 때마침 코로나19 판데믹에 올라탄 배달 방식과 주문의 변화는 치폴레의 고공행진에 날개를 달아줬다.

치폴레 창업자 스티브 엘스(왼쪽)과 최초의 치폴레 매장(오른쪽). [블룸버그]

달라진 치폴레는 멕시코 스타일 패스트푸드에서 캐주얼한 멕시코 레스토랑으로 브랜드 카테고리로 확실히 했다. 맥도날드, KFC 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샐러드를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 식재료나 감미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진짜 음식’을 표방하면서다.

오너 중심의 경영방식에서도 벗어났다. 현재 치폴레 지분 30%를 공동 소유한 최대 주주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한 4개 투자회사다. 블랙록은 장기 투자 목적으로 저평가된 대형주를 사들이는 ‘롱텀펀드’로, 2019년 1월 삼성전자 3대 주주(지분 5.03%)로 이름을 올려 국내에도 친숙하다.

[게티이미지]
한국서 한달새 128억원 팔았다…브리또? 아니, 주식!

아직까지 한국에 치폴레가 진출한다는 소식은 없다. 아직까진 맛 한번 못 본 브리또지만, 발빠른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치폴레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들의 치폴레 순매수 규모는 128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0일 ‘50대1’이라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비율로 주식 액면분할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터 말일까지는 약 149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김유진 기자/kacew@

계속되는 주가 상승세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치폴레 목표주가를 2800달러에서 3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매출 지표인 동일 매장 매출 증가율이 올해 7%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 덕이다. 같은 지표에서 맥도날드의 매출 증가율은 올 초 3~4% 수준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다만 목표주가 상향에도 지금 치폴레 주식을 덜컥 사기엔 위험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치폴레 주가에 반영된 기대가치가 이미 상당한 수준이이어서다. 치폴레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66.88배에 해 테슬라 PER 34.2보다도 높다. 치폴레와 비슷한 카테고리에 속한 맥도날드나 염브랜즈(타코벨·KFC 등 보유)의 PER은 각각 22.97, 22.13에 불과하다.

향후 50대1 주식분할로 치폴레 주당 가격이 8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면, 투자 접근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치폴레 코인에 올라탈 투자자들은 얼마나 더 있을까? 24일 올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 추이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는 구독자 의견을 기다립니다. 더 알고 싶거나 나만 알기 아까운 특별한 브랜드를 댓글과 메일로 알려주세요. 먹고, 쓰고, 입고, 보는 모든 브랜드를 다각도로 탐구 합니다. 지난 호는 기사 하단 연재물 페이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