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철도 지하화 개발 시대가 열리게 됐다. 철도의 지하화는 단순히 철도교통을 지하로 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철도노선의 지하화는 도시 공간의 재구성, 상부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의 향상, 소음, 진동, 도시 단절 등 철도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의 해소, 부동산 가치의 상승 요인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기반이 된다. 철도 지하화는 장점이 많은 만큼 성공적인 도시 공간의 재창조를 위해서는 경제성 및 재정 가능성, 기술적 실현 방안, 환경적 영향, 상부계획의 적절성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지하 철도의 운영 및 유지관리, 안전성, 법적 및 규제 요건의 완화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를 이 기고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으므로 해외 사례를 통해서 배울 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사례는 프랑스 파리 리브고쉬 프로젝트다. PRG 프로젝트의 전체 면적은 130ha이며 철도노선은 이 중 26ha이다. 콘크리트 슬래브로 철도 노선을 복개한 사례로 기존 트랙에서 6~8m 상부에 슬래브를 설치하여 대규모 상부 공간이 개발 가능하도록 설계를 했다. 지금은 국립 도서관, 대학, 다양한 상업용 빌딩이 위치하여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업으로 발전했다.
반면 독일에서 진행되는 슈튜트가르트 21 프로젝트는 슈튜투트가르트 중앙역을 지하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총 57km의 새로운 철도 노선을 개발하는 대규모 철도 및 도시 개발 계획이다. 2010년 착공 당시 초기 건설비는 65억 유로였으나 22년 3월 현재 91.5억 유로로 추산되며, 개통 시기도 당초 2019년에서 2025년으로 지연되고 있다.
리브고쉬 프로젝트처럼 복개한 경우나 기존 구조물인 고가철도 개량에 성공한 뉴욕 하이라인파크 사례가 상대적으로 재정 및 기술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므로, 지하화 단어에 함몰되어 철도 지하화 전 구간을 터널화하기보다는 대상 지역의 도시 공간 특징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여 데크와 터널이 혼합된 형태의 지하화 개발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역사의 위치이다. 기존 도심 내에서 수평적 이동에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수직적 이동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철도 노선은 일반철도와 고속철도가 다닐 수 있는 노선의 기울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요소는 결국 지하화 공사비와 상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터널의 단면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도심지 내 장대 터널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도의 운영 및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방재, 여객 및 화물의 운영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시민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법적규제 완화와 토지 사용 허가, 투명한 정보 공유와 소통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해야 한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투자로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의 절감 노력을 하여야 하며, 시민들은 적극적인 참여와 피드백으로 지하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개선 및 지역사회 내 지지 확산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 사업을 통해서 국내 주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공 명 한국철도학회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