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우드스톡에 설치된 테슬라 충전소 모습.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최악의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되는 1분기 실적도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7거래일째 하락해 140달러 선에 안착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40% 내린 142.0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4일(143.89달러) 이래 약 15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날 오전 한때는 전 거래일보다 5.6% 내린 138.80달러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낙폭은 약 43%에 달한다.
테슬라의 위기는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인한 성장 둔화다. 고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전기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테슬라의 지배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가격 인하를 단행했는데 오히려 주가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20일 미국 시장에서 주력 모델 3종의 판매 가격을 2000달러(약 276만원)씩 낮춘 데 이어 21일에는 중국에서도 모든 모델 판매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70만원)씩 인하했다. 주력 제품인 모델Y는 중국에서 24만9900위안(약 4760만원)으로 할인돼 5년여 만에 가장 저렴해졌다.
미국 언론은 테슬라가 1분기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인 탓에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격을 내릴수록 이익률은 떨어지게 돼 투자자들 사이에선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도 가격 인하를 밝히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출혈 경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중국 사업이 “이제 손익분기점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는 중국 사업 악화 등의 영향으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40% 급감하고 매출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인도량(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8.5% 하락했다고 이달 초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사업장 인력에 대해 10% 이상 감원에 착수했다.
관건은 테슬라가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느냐다. ‘테슬람(테슬라를 추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실망스러운 매출 수치,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려는 계획 등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대규모 제조업체가 될지, 아니면 작은 자율 기술 제공업체가 될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 CEO가 저가형 신차를 내놓는 대신 무인 택시인 로보택시에 집중하는 것에도 우려를 보이고 있다. 로보택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결과는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