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신에너지차량(NEV) 조립 라인 모습. [신화통신]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차이나 쇼크 2.0이 시작됐다.”
중국의 저가 제품이 전세계 시장을 점령하며 공급 과잉과 제품 가격 폭락을 유발하고 있다. 1990년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차이나 쇼크’에 이어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가 ‘2차 차이나 쇼크’ 위험에 직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제조업 생산 규모는 세계의 35%에 달해 압도적인 1위다. 세계 2~9위 국가를 합친 34%보다 비중이 더 높다.
중국은 특히 전기차,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중국 제외)에서 중국 완성차 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5%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4%에 불과했지만 2021년 7.5%, 2022년 9.4% 등 최근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한국에서도 전기버스 2대 중 1대는 이미 중국산이다.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 조사 결과 중국은 세계 태양광 웨이퍼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생산에서도 79%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수출을 늘리면서 2차 차이나 쇼크가 올 수 있다”며 “차이나 쇼크 2.0은 (1차 차이나 쇼크와) 달라질 것이다. 최근 저가 제품의 홍수는 훨씬 더 정교해졌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언론 RFI는 “유럽과 미국은 중국 제조업의 쓰나미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익 감소를 불사하면서 제품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공업경제이익(이하 공업이익)이 지난해 3월보다 3.5%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1~2월 10.2% 증가에서 3월 성장세가 주춤해지며 1분기 공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매출 2000만위안(약 37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공업이익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과잉 생산’으로 세계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을 잇따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과잉 생산이 미국 시장과 전 세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2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과잉 산업생산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의 최대 우려 사항이라면서 향후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에 있어 “어떤 것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U도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의료기기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 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서방이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하며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 주석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라며 “양국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성공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