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고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중국에서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이란 이름의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소식에 29일(현지시간) 주가가 15% 넘게 급등했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예고에 없던 중국 방문에 나서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난 뒤, 테슬라가 FSD를 출시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주요 규제의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15.31% 오른 194.0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 1일(종가 202.64달러) 이후 약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900억달러(약 123조7천500억원)가량 불어나며 약 6천189억달러(약 850조9천875억원)가 됐다.
이날 주가에는 중국발 호재가 영향을 줬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공공기관·공항·고속도로 등에서 내려진 운행·정차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가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와 지도 제작(mapping) 및 내비게이션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두 측이 자사의 중국 공공도로 지도 제작 관련 라이선스에 테슬라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모든 지능형 운전 시스템이 공공도로에서 작동하려면 지도 제작 자격을 얻어야 하고, 외국 기업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중국 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바이두는 자격을 얻은 12개 회사 중 하나다.
웨드부시 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방중을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에 FSD를 도입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측면에서 보면 중국에서 FSD를 출시하는 것이 "퍼즐에서 빠진 핵심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브스는 "머스크의 이번 방문은 테슬라와 머스크가 중요한 시기에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에 자신이 리 총리와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관영 중국중앙TV(CCTV) 캡처 화면을 올린 뒤 "리창 총리를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초기 상하이 시절 이후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내왔다"고 썼다.
리 총리는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문을 연 2019년 당시 상하이 당서기로 있으면서 테슬라의 공장 설립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가 테슬라의 데이터 해외 전송을 최종 승인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FSD를 4년 전에 출시했지만, 중국에서는 규제 탓에 그동안 출시하지 못했다.
FSD는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한 단계 높인 소프트웨어로, 테슬라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된 오토파일럿과 달리 별도로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8천달러(약 1천100만원)에 소프트웨어 전체를 구매하거나 99달러(약 13만6천원)의 월 구독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완전자율주행'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여전히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