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크오브호프가 지난 4월 29일 하와이 테레토리얼 은행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동안 뜸했던 한인은행권의 M&A에 물꼬가 트일 것인지 관심이다.
일부에서는 뱅크오브호프가 하와이 토착 은행에 눈을 돌린 것에 주목하며 한인은행간 추가 합병 가능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남가주 한인은행의 주요 관계자들은 뱅크오브호프의 테레토리얼 은행 인수 움직임을 사전에 알지 못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한인은행간 합병은 “어렵지 않겠냐”라며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대체로 입을 모았다.
고금리 기조의 현 경제상황도 그렇거니와 한인 은행의 경영진과 이사진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인수합병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현재 경제 상황을 보자.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한인은행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면서 충분한 자본잉여금을 축적했다. 특히 뱅크오브호프의 경우 2021년 한때 자본잉여금만 5억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자본잉여금의 특성상 쓰지 않고 쌓아둘 경우 자사주 매입, 현금 배당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매분기 한인은행의 순익과 순이자 수익, 대출, 예금 그리고 자산 등은 상승세가 꺾이며 부진에 빠졌고 각종 수익률과 마진도 급감하며 주가도 폭락했다.
최근 각 은행이 발표한 실적을 봐도 올해 1분기 현재 남가주 6개 한인은행의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두 자리수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자산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고 예금도 2곳만이 증가했다. 대출도 증가와 감소가 반반이다.
부진 돌파의 방법으로 타 은행 인수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 주요 한인은행 이사진과 경영진의 판단이다. 특히 한인은행들은 시장 자체가 너무 겹치는데다 위험도가 높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상장 한인은행의 고위임원은 “은행의 실적이 올 한해 내내 계속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부진하다. 당분간 몸을 사리며 낮게 걷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금리로 인한 지출 증가와 최근 높을 대로 높아진 몸값도 문제다.
예금 관련 이자 지출은 물론 인건비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지출 감소 트렌드와 역행하는 합병은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합병보다는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이나 축소 등을 통한 지출 감소가 더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는 게 한인은행 간부진 대다수의 답변이다.
은행 주요 경영진과 이사진, 주주들의 관계도 한인은행 간 합병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이다.
한 은행의 주요 주주는 “현재 은행 경영진과 이사진 그리고 주주들이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라며 “묘한 경쟁심과 질투심 그리고 합병에 따른 일종의 서열 재정리에 대해 고려해야할 게 많다”고 전했다.
“주식 보유 비율이 높은 주주일 수록 은퇴전략(Exit plan)보다는 일종의 ‘보스 놀이’에 취해 있는데 합병을 하게 되면 그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다”라며 “실제 대화에서도 합병에 따른 실리가 아닌 자신의 위치 변화만을 얘기하는 것을 흔하게 봤다”라는 그의 말은 곱씹을 만하다.
이 모든 어려움을 제쳐두고 한인은행간 합병이 일어난다면 그 1순위 주체 또는 객체(대상)는 한미은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은 것도 흥미롭다.
뱅크오브 호프와 한미은행이 아닌 다른 한인은행들은 자산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다 보니 서로간 합병에서 주주들의 의견 일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 1분기 기준 자산 75억달러인 한미은행으로서는 테레토리얼 은행 합병으로 자산규모 2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뱅크오브호프와의 간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성장 정체에 대한 대안을 인수합병에서 찾을 수 도 있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