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대형마트…홈플러스 서대전점도 문 닫는다 [언박싱]

홈플러스 서대전점. [네이버지도 캡처]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홈플러스가 대전광역시 서대전점의 문을 닫는다. 적자가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사업을 효율화하는 차원이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오는 8월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서대전점을 폐점한다. 2008년 문을 연 지 약 16년 만이다. 지속되는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서대전점이 문을 닫으면 대전에는 3개의 홈플러스 점포가 남는다. 대전시에는 어려운 업황에 폐점을 고민하는 대형마트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매장수는 2019년 상반기 140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131개로 줄었다. 홈플러스는 11월 목동점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홈플러스를 비롯해 대형마트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한다. 11개가 넘는 점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홈플러스는 서대전점 직원들의 고용을 100% 보장한다. 이들은 인근 점포로 재배치된다. ‘고용안정 지원제도’도 받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장기간 적자가 지속된 서대전점의 영업을 8월 1일 종료하게 됐다”며 “홈플러스는 직원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대전점 건물은 홈플러스가 소유하고 있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건물을 매각해 유동성을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며 현재까지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홈플러스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각종 규제와 온라인 시장 확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이후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 사이에는 영업을 못 하고, 월 2회 공휴일 중 하루를 쉬어야 한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서 12.8%로 8.9%P(포인트) 줄었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유통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1.5%에서 지난해 45%로 2배 넘게 올랐다.

이런 상황은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69억원을 기록했다. 1878억원 적자를 낸 신세계건설의 영향이 컸지만, 별도 기준으로 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2.1%, 27%씩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8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지만, 매출은 2.9% 줄어든 5조7347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는 회계연도가 전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로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홈플러스는 2021년 이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왔다.

대형마트들은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점포 정리가 대표적이다. 수익성이 부진한 점포들을 연이어 폐점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합계 점포수는 2021년 405개에서 2022년 402개, 지난해 397개로 매년 감소세다.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도 감축하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최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마트도 2021년 2월부터 매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신선식품과 체험형 매장 등 오프라인 매장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더타운몰, 롯데마트는 그랑그로서리,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등 기존 점포들을 미래형 점포로 재단장하며 소비자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수익성 개선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 1분기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어려운 업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돈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수익성 좋은 사업을 키우며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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