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더 라인의 조감도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사우디아라비아가 모래 사막 위 170㎞의 거대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네옴시티’가 자금 부족 등으로 지연되면서 산업 다각화 전략이 정체되며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사우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집계됐다. 이로써 사우디 경제는 3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석유 부문 GDP가 10.6% 감소했고 비석유 부문은 2.8% 성장하는 데 그쳤다. 비석유 부문의 성장률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사우디는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자국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한 ‘2030 어젠다’에 따라 관광과 스포츠,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가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수도 리야드에서 약 1200㎞ 떨어진 타북 지역에 1조5000억달러(약 2064조원)을 들여 170㎞에 걸쳐 150만 명이 거주하는 유리벽 형태의 최첨단 미래 도시 ‘더 라인’과 해양 부유식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를 짓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로봇 기술을 통해 물류와 보안, 가사노동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2029 동계 아시안 게임을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연계해 개최하겠다고 밝혀 유치에 성공하는 등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자국 산업 다각화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진행이 지연되면서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이 프로젝트의 규모가 2.4㎞로 대폭 축소되고 거주 계획 인구도 30만으로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는 아직 올해 네옴시티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다.
가자지구 전쟁과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반면, 사우디 경제의 기반이 되는 원유 가격은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배럴당 85달러에서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현재 원유 생산량과 PIF이 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유가가 배럴 당 108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사우디의 석유 부문이 적자를 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살 알 이브라힘 사우디 경제 기획부 장관은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계획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이익에 반해 너무 많이 차입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자로 나선 PIF가 예산 집행을 주저하자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관련 사업에 대출과 투자를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HSBC와 이슬람권 최대 은행 알라지 뱅크, 사우디 내셔널뱅크 등을 주관사로 올해 하반기 13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 채권 발행으로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팀 캘런 객원 연구원은 WSJ에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PIF에 27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유가나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사우디 정부는 재정적으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