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총재, 부유국들에 “아프리카 외면 말라” 경고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로이터]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으로 개발 예산이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외면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부유한 국가들에 경고했다.

국제개발협회(IDA) 재원 보충을 논의하기 위해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국가 정상회의에 참석한 방가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를 외면하는 것은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미래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홍수와 가뭄이 덮친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은 개발을 촉진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과 싸우기 위해 1200억달러(약 166조원) 규모의 원조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IDA의 보조금과 양허성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 국가 3곳 중 1곳은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으며, 해당 국가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있었다.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현재의 약 두 배인 25억 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인구 4분의 1이 아프리카인이 될 전망이다.

방가 총재는 “아프리카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방치될 위험이 있다”며 “원조의 목적은 이러한 ‘인구 배당 효과’(총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가 늘면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총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그룹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산하의 IDA는 아프리카의 절반 이상인 75개 저소득 국가에 보조금과 양허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1960년 이래 개발도상국에 총 5330억달러(약 736조원)를 지원해 중국, 인도 등의 경제 개선을 도운 주요 원조 기관이다.

방가 총재는 “위기는 모든 곳에서 돈을 전용시킨다”며 현금에 대한 경쟁적 수요를 언급한 뒤 “문제는 왜 지금 아프리카를 위한 IDA가 필요한지에 대한 주장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베 셀라시 IMF 아프리카 국장도 유럽연합(EU), 영국 및 기타 기부국의 아프리카 지원 예산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라시 국장은 “과거에는 아프리카의 많은 최빈국에 꽤 많은 예산 지원이 있었지만 이는 감소 추세에 있다”면서 “세계은행과 IMF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우울한 것은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20개국(G20) 독립전문가그룹(IEG) 역시 IDA의 자금 조달 능력을 2029년까지 세 배 규모인 2790억달러(약 385조원)로 늘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방가 총재가 취임하기 전까지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에 대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가 총재가 온 후 세계은행은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넓히며 내년까지 기후 금융을 전체 대출의 4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가 총재는 “세계은행 자금의 상당 부분이 아프리카로 가고 있다”며 “총액은 15~20년 전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현재 350억~400억달러(약 48조~55조원)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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