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잔디밭에 아이가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출생아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결혼 건수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하는 등 독일의 인구통계학적 문제가 악화하는 추세다.
2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출생아는 69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6.2% 감소했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36만992건으로 전년보다 7.6%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혼이 연기됐던 2021년(35만7785건)을 제외하고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5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4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독일 경제의 부진한 성장과 정부 지출 긴축이 독일의 출생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출생률 하락, 고령화 사회, 노동력 감소는 늘어난 공공 재정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금도 정체된 성장률을 더욱 악화시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국가들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독일의 출생률이 계속 하락하고, 1950~1960년대에 태어난 대규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 독일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카엘라 크레옌펠트 독일 헤르티대학원 사회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출생률은 팬데믹의 여파로 하락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같은 중첩된 위기는 아이를 낳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임기 여성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출생아 수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는 2005년과 2007년 보육 제공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자의 소득을 늘리는 개혁을 실시해 여성들의 직장 근무 비율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황이 악화됐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보육시설은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또 정부 예산 절감으로 고소득자의 육아휴직이 제한되고, 보육시설 확대를 위한 예산이 삭감됐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세금 제도와 학교 수업 시간이 여전히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출산율은 2022년 기준 1.46명으로 대체출산율(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2.1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독일 정부 자문 기관인 독일경제전문가협의회(GCEE)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독일 경제가 이전 2010년대 연평균 1.4%의 성장률에서 2020년대 연평균 0.4%로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