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과자를 비롯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의 용량 변경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방안이 오는 8월 3일부터 시행된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용량을 축소해 가격이 오르는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책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
하지만 ‘용량 변경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용량을 조절했다고 알리기만 하면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도 면죄부가 되고, 몰래 용량을 조절했다가 2회 적발돼도 과태료가 최대 1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이런 내용의 ‘사업자의 부당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규격·중량·개수 등을 축소하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명시했다. 변경 사실을 알려야 하는 품목은 과자, 아이스크림, 우유, 라면, 김치, 주류 등 가공식품에 더해 비누, 샴푸, 치약, 로션, 화장지, 주방·세탁세제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일용잡화와 생활용품이다.
홈페이지 게시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업체의 꼼수 인상을 막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품목 제조사들은 용량이 축소된 날로부터 3개월 이상 해당 정보를 알려야 한다. 포장지에 직접 표시하거나 제조사 홈페이지·제품 판매장소(온라인 홈페이지 포함)에 게시하는 등 적어도 한 가지 방법을 택해 고지해야 한다. 용량을 조절하고도 알리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두 번 적발되면 과태료 액수는 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가공식품 기업의 가격 ‘꼼수 인상’을 차단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도 적지 않다. 용량을 줄였다고 알리기만 하면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도 문제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태료 액수가 용량 축소 판매로 얻는 매출액보다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인기 제품이라면 ‘꼼수 인상’으로 얻는 매출 효과가 1000만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용량 변경 고지 의무가 부여되는 품목 수가 너무 적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 슈링크플레이션이 가능한 품목은 널렸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 메뉴도 가격을 유지하면서 양을 줄였을 때 소비지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현재로선 슈링크플레이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점에서 결국 ‘자발적인 불매운동’ 등 시민사회의 현명한 소비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