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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처음 보는 초등학생을 이유 없이 살해하려 한 2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이대로)는 최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구속돼 재판받던 이 여성을 석방하는 대신 5년간 보호관찰과 함께 준수사항으로 야간 외출 금지, 피해자 측에 연락 금지, 어린이 보호구역 출입 금지, 정신과 치료 등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울산에서 한 초등학교 여학생 B양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그는 한 편의점에서 커터칼을 구입하고 약 10분 뒤 근처 학교 주변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B 양을 발견하고는 다가갔다.
A 씨는 B 양에게 사는 곳과 나이 등을 물어보며 함께 걷다가, 높이 1.2m 도랑 앞에 다다르자 B 양을 도랑 쪽으로 밀쳤다. B 양이 넘어지지 않고 달아나려고 하자, A 씨는 B 양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B 양은 실랑이 중 A 씨가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상체를 숙이는 틈을 타 도망쳤다.
A 씨는 범행 직후 황당하게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부모님께 쫓겨났다.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출동해 A 씨를 만났더니, A 씨는 대화 도중 자신이 초등학생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며, 자신을 잡아가달라고 했다. 편의점에서 구입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커터칼도 경찰관에게 보여줬다.
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씨는 재판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 직후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다"고 분명히 진술했고, 커터칼을 산 이유를 A 씨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일면식도 없는 초등학생을 인적인 드문 곳으로 유인해 도랑 쪽으로 밀친 것은 살해 의도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A 씨는 이전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군가를 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고, 친구를 괴롭히는 방법 등으로 해소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골라 가해행위를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계획해 실행했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큰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에서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가 다친 곳이 없어 보이는 점, 초범으로 5개월이 넘는 구금 생활을 통해 깊이 반성한 점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