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국무부 부장관 “이스라엘 완벽한 승리 불가능”…백악관도 거리두기

지난 10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인근에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7개월여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미국 정부 외교라인의 핵심 인사가 전망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무기 지원에 선을 그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청소년 서밋’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캠벨 부장관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보면 그들은 대체로 전장에서의 압도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구상에 대해 말한다”면서 “우리는 그것이 유력하거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에 대해 “9·11 테러(2001년) 이후 우리가 처했던 상황과 더 비슷하다”며 “(미국이 전쟁을 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들이 살던 곳에서 떠나고 나면 많은 폭력과 반군들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나는 정치적 해법이 더 시도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과거와 다른 점은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더 존중되는 정치적 해법을 향해 움직이길 많은 나라가 원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벨 부장관의 발언은 가자지구 피난민 140만명가량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의 이견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이는 미국이 아프간 전쟁 발발 이후 20년 가까이 현지에 주둔하고도 결국 민심을 얻지 못한 채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철군했던 것과 유사한 일이 이스라엘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잠정 보류한 백악관은 또다시 이스라엘과 거리를 뒀다. 이날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류된 대 이스라엘 군사원조를 재개하도록 강제하는 공화당 주도 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 안보 목표에 부합하게 안보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약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지원하려던 폭탄 3500발의 선적을 중단한 데 대한 대응이다. 법안은 백악관이 지원이 보류된 무기를 이스라엘에 전달하지 않을 경우 국방부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NSC)의 예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지원이 보류된 무기에는 라파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환경에서는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탄두 중량 2000파운드의 폭탄이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백악관은 민간인 희생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작전을 벌이지 말 것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 라파 침공을 강행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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