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여야) 협상 측면에서 낫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의)전략적 판단이 무섭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선출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권을 쥐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악은 피했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반면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선 참패에도 ‘혁신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감지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민주당의 국회의장 경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추미애 당선인으로 기울였다는 관측이 많았다. 22대 총선으로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으로 부상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직·간접적으로 추 당선인을 지원했다.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정치권에 횡행한 배경이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이 대표의 일극체제를 사실상 옹호하며 강성 발언을 쏟아냈던 추 당선인이 아닌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되는 우 의원이 후보로 결정됐다.
이번 경선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반응에는 ‘안도감’이 배어난다. 지도부 측에서 22대 국회를 운영하는데 추 당선인보다는 우 의원과 대화가 더욱 통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다. 추 당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우 의원이 입법부 수장을 맡게 돼 국회 협상에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아무래도 추 당선인 보다는 우 의원이 (국회의장으로)낫다”며 “우 의원이 조금 더 합리적인 성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경각심이 감지된다. 이번 의장 경선 결과의 ‘숨은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대 국회에 들어올 민주당 당선인들이 당의 외연 확정을 위한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해석이다. ‘명심(이재명 마음)’이 좌우한 결과가 나왔다면 팬덤정치에 반감이 큰 중도층이 등을 돌렸을 텐데, 민주당 당선인들이 ‘자정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결과의 본질을 잘 살펴보면 대선 등 다음 선거를 벌써부터 고려해서 전략적 판단으로 표를 던진 민주당이 무섭다”며 “민주당 안에서 자정 작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쇄신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수도권 참패의 ‘위기 의식’을 여전히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의 연장 선상이다. 민주당은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을 실천에 옮기는 반면, 국민의힘은 영남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헤럴드경제에 “당이 수도권은 힘들다고 사실상 (수도권을)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의장 경선에서 일극체제로 가면 안 된다며 스스로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있는 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