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라야 터 비크. [haor.org]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네덜란드의 29세 여성이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에 임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조라야 터 비크 씨는 조력 사망을 요청한 지 3년 반 만에 지난주 법적으로 최종 허가를 받았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에서 신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안락사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죽음을 돕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아 비크 씨의 사례는 논쟁을 일으켰다. 지난 2010년에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안락사 사망자가 2명 있었고, 2023년에는 전체 안락사 사망자 9068명 중 138명(1.5%)이었다.
지난달 비크 씨의 사례가 보도되자 그의 메일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난이 쇄도했다. 그는 큰 고통을 겪고 모든 계정을 삭제했다.
비크 씨는 자신과 같은 사례와 조력 사망이 합법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더 광범위한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아플 때 당신이 제대로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욕적이다"라며 "일부 장애인들이 조력 사망에 대해 갖는 두려움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어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20년 이상 이 법을 시행해 왔다"면서 "정말 엄격한 규칙이 있고, 정말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법에 따르면 조력 사망을 승인 받기 위해서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비크 씨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만성 우울증, 불안, 트라우마와 불특정 성격 장애를 갖고 있으며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말하기 치료, 약물 치료, 30회 이상의 전기경련요법(ECT) 등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점점 희망을 잃었다.
10년이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그는 "지금 내 삶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생각했지만 학교 친구의 폭력적인 자살과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단념했다.
2020년 8월 ECT를 마치고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는 그 해 12월에 조력 사망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의 죽음을 돕는 데 기꺼이 관여하는 의사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평가 대기자 명단에 있어야 했다. 그 다음 의료진의 평가를 받고, 적격성에 대해 2차 소견을 받고, 그 결론을 또 다른 독립적인 의사가 검토해야 한다.
비크 씨는 "이 과정이 진행되는 3년 반 동안, 나는 내 결정에 대해 주저한 적이 없다. 나는 죄책감을 느껴왔다. 나에게는 애인, 가족, 친구들이 있고 그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기로 틀림없이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안락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날짜가 정해지면 의료팀이 그의 집으로 와 진정제와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주게 된다.
비크 씨는 "마음이 놓인다. 정말 오랜 싸움이었다"며 "이제 중요한 시점이 왔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됐고, 확실한 평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