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대법 최후 결정이 ‘반수의 시대’ 신호탄 되나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에 각하·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모집인원이 기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의대 정원이 예년보다 1500명 가까이 증원되는 것이 확정에 가까워지면서 증원을 기대하던 의사 지망생들의 마음이 달아올랐다. 특히 의대 입학에 도전하는 재학 대학생의 도전도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의대 증원에 관해 사법적 판단의 마침표를 찍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소위 ‘반수’를 하려는 학생들에게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는 지난 16일 대학교수와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기각 및 각하되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할 방침이다. 즉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능성 여하를 떠나 절차상 대법원의 결정이 나는 시점이 지망생들이 입시에 나설지 행동을 착수하는 시점이 되는 셈이다. 다만,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실상 내년도 의대 증원은 확정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긴 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료계에서 재항고한다고 하는데, 그 시기가 아이들이 반수를 고민하는 시기랑 오히려 맞아떨어진다”며 “결말이 나면 반수생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기상으로 따져도 대학별 모집요강이 확정되고, 다음 달 각 대학의 1학기가 마무리되는 이즈음 시점이 재수와 반수 등의 결심을 굳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치동의 한 입시컨설팅업체 대표는 “대치동 학원에서는 6월 기말고사가 끝난 대학생들을 타킷으로 재수생반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대 도전 행렬에는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에 다녔던 재학생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권 의대생도 상위권 의대 진학을 위해 합류하는 모습이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전국 39개 의대 기준으로 3018명인데, 2025학년도에는 이보다 1469명 늘어난 4487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정원의 50%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입시 업계에서는 ‘역대급’ 변화이자 큰 호재로 보로 보고 있다.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 증원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내년도 의대 합격선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덩달아 다른 상위권 대학 대부분의 학과 합격선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학원가에서는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등 상위권 대학 및 학과 진학을 위한 반수 등록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곽용호 강남하이퍼학원 의대관 원장은 “예상되는 의대 정원이 1500여명가량 늘어나는 것은 매우 큰 숫자다.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1학년 학생들도 (본인의 입시 때와) 같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내년엔 의약학 계열에 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전년보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의 반수 문의가 3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 중 지방 의대의 저학년생 일부가 최근 서울 학원에서 반수반에 등록하고 입시 공부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은 “2022학년도에 전국 의대에서 203명(지방권 149명)이 학교를 그만뒀다”며 “상위권 의대로 이동하는 흐름이 거세짐에 따라 의대 자퇴 규모가 200여명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학 재학생뿐 아니라 고연봉 직장인이 의대에 도전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내년에는 의대 증원 규모가 올해보다 많은 2000명에 달할 수 있어 반수생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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