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21대 국회 임기만료가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법안이 절반 넘게 폐기되는 수순에 놓여있다. 반면 21대 국회 동안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정부법안은 70% 이상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남용’을 비판하고 있지만, 과반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정권에 따라 정부입법을 막아서며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헤럴드경제의 취재 결과 21대 국회가 개원한 2020년 5월 30일부터 이날까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법안은 총 831건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2020년 5월 30일~2022녀 5월 9일) 발의된 정부법안은 490건이고, 윤석열 정부(2022년 5월 10일~현재)가 들어선 후 이날까지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은 341건이다.
21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정부법안 통과율’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의 법안은 350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1.4%의 통과율이다.
윤석열 정부의 법안은 137건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며 40.2%의 통과율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가 발의한 정부법안 가운데 59.8%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이때까지 정부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가 발의한 정부법안 204건은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고치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권한도 있는 셈이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가진 국회에서 정부법안 통과율을 보면 사실상 입법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입법의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주요 정책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정부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의 단계부터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 결과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석(14석)을 합쳐 총 176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범민주당 계열로 볼 수 있는 조국혁신당 의석(12석)까지 더하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188석이 된다. 180석 이상이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다른 당의 협조 없이 지정할 수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수석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선인 워크숍에서 패스트트랙 기간을 현행 9개월에서 5~6개월로 단축하자는 주장을 했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 당시 의안의 졸속처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당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헌법적 권한인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53조 2항 등을 수정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해병대원 특검법까지 포함해 윤 대통령이 총 10번째 거부권을 행사며 입법부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의결해 통과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어디까지나 헌법 수호를 위한 헌법적 장치로써 행사돼야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