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 방사청은 24일 “다음 주 예정된 방산기업 그룹 간담회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를 방문한 석 청장이 살레 알 아킬리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 부청장과 면담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
방사청은 24일 “다음 주 예정된 방산기업 그룹 간담회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와 루마니아 방산협력 현장에서 방사청과 기업 간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면서 “또한 매월 ‘다파고 2.0’과 같은 민관 소통 채널을 통해 방산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꾸준히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결정은 주요 방산기업 경영진들이 세계 각국에서 방산수출을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시기에 경영진들이 수출 증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협의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19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루마니아를 방문중인 석 청장은 사우디 방문 기간 방사청과 국방부,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ADD), 그리고 국내 방산기업과 함께 사우디 국방부의 핵심 무기체계 획득 협력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방사청은 또 매달 방산기업과 군,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방사청장 주관 방산기업 현장 소통간담회인 ‘다파고 2.0’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석 청장의 방산기업 그룹 오너들과의 간담회 취소 배경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석 청장은 오는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30일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31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각각 개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또 K-2 전차 등을 생산하는 현대로템을 계열사로 거느린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탄약과 포탄 등을 생산하는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과도 면담 일정을 조율중이었다.
정부가 ‘세계 4대 방산강국’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석 청장이 계열사 대표들이 아닌 그룹 오너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K-방산’ 성장을 위한 민관협력과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특히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싸고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선 차관급인 방사청장이 이례적으로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그룹 오너들과 간담회 추진에 나서자 당혹스런 반응도 보였다.
일각에선 방사청장이 방산기업 ‘줄세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 아닌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