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숨진 컴퓨터 영재의 놀라운 기적…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 나온다

카를로 아쿠티스 [카를로아쿠티스닷컴 사진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소년은 컴퓨터 영재였다. 그는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관리했다. 학교 친구들을 돕고, 힘든 처지에 놓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데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소년은 백혈병 판정을 받고 말았다. 투병 끝에 결국 2006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작 15세였다.

이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가톨릭교회의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복자(福者)인 아쿠티스에 의한 두 번째 기적이 있었다고 결정, 이 소년에게 시성(諡聖) 자격을 내렸다.

사후 14년 만인 2020년 복자 반열에 선 그는 두 번째 기적이 인정됨에 따라 성인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추게 됐다.

아쿠티스는 1991년 이탈리아인 부모 슬하에서 영국 런던에서 출생했다. 유년 시절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보냈다. 초등학생 때 코드를 독학한 컴퓨터 영재였던 그는 이 특기를 살려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제작·관리해 가톨릭 복음을 온라인으로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이에 '신의 인플루언서'라는 별명도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한 신문에 아들이 세 살 때부터 밀라노 성당들에 가자고 했으며, 용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곤 했다고 밝혔다.

아쿠티스는 또한 부모가 이혼한 학급 친구들을 돕겠다고 했고,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막거나 노숙인들에게 음식이나 침낭을 가져다주곤 했다고 모친은 덧붙였다.

아쿠티스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06년 10월 15세 나이로 안타깝게 눈을 감았다.

생전 유언대로 청빈한 삶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고향 아시시에 묻힌 아쿠티스는 앞서 2020년 복자에 올랐다.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은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인정된 두 번째 기적은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후 중태에 빠진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사고 며칠 후 아시시에 있는 아쿠티스의 무덤에서 딸의 회복을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위독 상태였던 발베르데는 모친이 기도한 그날 인공호흡기 없이 호흡을 시작했다. 언어 능력 등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열흘 뒤에는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었고, 뇌타박상도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에서는 사람들이 천국에 있다고 믿는 고인에게 그들을 대신해 신에게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기도를 올릴 수 있다.

만약 그 기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예상 밖 회복을 보인다면 교황청은 이를 기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공적 공경 대상이나 그 후보자에게 시성 절차에 따라 가경자, 복자, 성인 순으로 경칭을 부여한다.

교황청에서 성덕이 인정돼 가경자가 된 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되는 식이다.

아쿠티스가 시성되면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성인으로 오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한 912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태어난 사람은 1926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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