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3일간 ‘2024 G20정상회의’ 의장국인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13차 G20농업수석과학자회의(G20-MACS)에 참석했다. 올해 11월 개최되는 G20정상회의와 연계한 장관 공동선언문에 제안할 농업과학분야 공동성명서 채택을 위한 회의였다. 농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식량안보(Food security)와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위한 연구와 정책 방향 제시가 핵심 의제로 올랐다.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 외에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특별 초청 8개국과 OECD, FAO, CGIAR 등 국제기구도 준회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당시, 브라질 남부에 내린 폭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피해부터 사상자 현황이 실시간으로 들려왔다.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인사를 나눴고, 조심스레 상대국의 기후 위기 상황을 묻기도 했다. 기후 변화는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들과 직접 관련된 만큼 일정 내내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이기도 했다.
공식 일정 첫날은 의제 관련 국가별 발언과 초청 과학자들의 세미나로 시작됐다. 이튿날에는 공동성명서 검토와 수정을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의제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을 천명하고, 발표를 통해 몇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자원과 생물다양성, 토양 건전성, 농업인의 생계와 관련된 매우 중요함을 힘주어 전했다. 이를 위해 비료와 농약의 효율적 활용, 농업부산물의 업사이클링(새활용), 노동력 부족에 대응한 기계화와 로봇개발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둘째, 고온,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와 농산물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기술 혁신의 필요성도 밝혔다. 수급 안정을 위한 디지털 작황관제, 밀과 콩의 생산 확대, 기후 적응성이 큰 품종 개발, 병해충 모니터링 등 추진 중인 연구도 소개했다.
각국의 발언 가운데 EU회원국과 영국 등이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기술 언급은 뜻밖이었다. 우리나라는 공동성명서 초안 검토 중 별도의 발언 시간을 얻어 성명서에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문구 삽입을 제안했고, EU·영국 등과 별도 협의해 혁신 기술 내용 추가에 동의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이들 나라와 유전자 편집 기술 제도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 건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일본이 ‘스마트농업(Smart agriculture)’이란 용어를 쓰는 등 나라마다 조금씩 표현은 달랐지만,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 농업기술 혁신의 필요성에는 모든 나라의 의견이 일치했다. 애초 공동성명서 초안에 생명공학 등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2개의 단락이 더해졌다. 기술 혁신은 우리나라도 강조했던 부분이었기에 뿌듯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동성명서 채택도 불발되었다. 식량안보와 관련해 지리적·정치적 충돌을 언급할지에 관한 일부 국가 간 첨예한 이견 때문이었다. 결국, 회의는 논의 결과서(Chair Summary) 작성에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기후 회복과 식량안보의 중요성, 과학 기술에 기반한 농업기술 혁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 더욱이 참석자 대부분은 성명서 채택 여부보다 그 내용에 집중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회의였기에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