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존립위기’ 몰린 초유의 재산분할 판결 [위기의 SK그룹]

SK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지목되며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만약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된다면 최악의 경우 SK그룹의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 부부의 이혼 소송 판결이 SK그룹의 경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전날 항소심 판결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1심을 뒤집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 SK에 가장 큰 타격이다. 지주사 지분 구조가 흔들릴 경우 그룹 전체 지배 구조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SK㈜ 지분을 매각하기보다는 비상장주식인 SK실트론 지분 등을 정리해 최대한 현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 회장이 주식 외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0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의 지배구조가 그렇게 탄탄하지 못하다”며 “(2심 판결이 대법원서 확정된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많지 않은 만큼 위자료 등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팔면 경영권이 위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담보대출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1조원 이상 현금을 가진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주식, 부동산 등을 팔아 마련해야 하는데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지분을 떼 줘야 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헤지펀드들이 SK의 경영권을 위협할 때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부상, 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결국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사태가 마무리된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대내외 변수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재편 등 SK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리밸런싱’ 프로젝트도 이번 판결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혼 소송 결과가 향후 그룹 경영 전략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는 올해 들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진두지휘 하에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등 고강도 쇄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다음달 25일 전후로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사업 조정 방향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확대경영회의는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 연례행사다. 최근에는 그룹 쇄신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해 회의 명칭을 경영전략회의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SK의 장기 사업 추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주회사가 흔들리면 투자나 인수합병 등의 선제적 결단을 내리는 데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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