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사·아프리카 미래 담았다…아프리카 정상들에게 선보여진 K컬쳐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위해 서울을 찾은 아프리카 48개국 지도자들에게 만찬이 마련됐을까.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라호텔 만찬장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아프리카의 미래 역동성을 만나다’라는 주제에 걸맞는 구성, 공연, 메뉴가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선보여졌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의 역동성과 어우러진 K컬쳐를 곳곳에 녹였다는 설명이다.

우선 아프리카 대표단 70명은 한국의 미(美)를 담아낸 동선을 따라 만찬장으로 향했다. 대기실은 조선시대의 문화·예술, 사상·철학, 공간디자인과 당대 유행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작품 ‘책가도’ 병풍과 백자 화병으로 꾸며졌다. 책가도 병풍은 조선시대 화가 이응록이 1864~1871년 사이에 책, 도자기, 붓, 벼루, 꽃과 과일이 가득 놓인 책장을 그린 그림이며, 이번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디지털 베이스를 활용해 제작됐다.

포토월은 한옥과 어울리는 전통 단청 문양과 색으로 구성됐다. 리셉션장은 한국의 전통을 해석한 가구와 소품, 미디어아트로 조성했다. 리셉션장에는 경복궁 흥복전(과거 외국 공사 접견 장소로 쓰였던 공간)에 전시됐던 무형문화유산 보유자가 제작한 가구, 방석, 촛대, 전등을 놓여졌고 방짜 유기 화병에 우리 꽃과 아프리카 꽃을 담았다. 아울러 18세기 조선 왕실 행사를 영상으로 제작한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만찬장 입구까지 연결 통로는 높이 3m, 길이 13m에 달하는 미디어월이 설치돼 ‘함께 역동적인 미래로 향하는 길’을 표현했다. 미디어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 행차 '환어행렬도'를 국가유산진흥원이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작품을 상영한다.

만찬장은 가로 약 17m, 세로 약 5m의 무대를 48개국 참가국 정상과 관계자들이 타원형으로 둘러싼 모양으로 배치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대를 중심으로 각국 정상의 테이블들이 한국과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미래로 인도하는 길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약 35분 간 이어진 만찬 공연의 서막은 케이팝 댄스팀이 문을 열었다. 댄스팀은 ‘꿈의 길(Road to Dream)’이라는 제목으로 케이팝 소개 영상과 함께 부채춤을 활용한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1~3막 공연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통문화가 첨단기술을 통해 선보여졌다.

1막의 주제는 역동의 뿌리(Root of Dynamics)로 유명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이 북춤과 타악 등 한국 전통문화를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공연을 했고, 뒤이어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미디어아트와 함께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인류의 환희(Jubilation of Humanity)’를 주제로 펼쳐진 2막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인 한국 전통 성악곡 ‘가곡’ 보유자인 김영기 명인의 공연, 춤과 노래를 결합한 20인조 퍼포먼스 합창단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주제가인 ‘와카와카’를 불렀다.

이어진 3막은 ‘연대의 힘(Power of Solidarity)’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전통 놀이패인 ‘남사당’의 재기 넘치는 남사당놀이(국가무형유산,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풍물과 기예에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는 타악 그룹의 흥겨운 리듬과 댄스가 어우러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환영만찬 메뉴에는 전채부터 후식까지 모든 메뉴에는 한국과 아프리카 나라들의 연대와 화합을 기원하는 고유의 명칭이 붙었다. 식전먹거리는 ‘황금의 모래밭(Golden Sand)’의 이름으로 연근과 자색고구마칩, 김 부각이 넓게 깔린 카사바 칩 위에 올려져 제공됐다. 카사바는 아프리카의 주식으로도 쓰이는 식재료다.

대통령실은 3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식 환영 만찬을 위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아프리카의 미래 역동성을 만나다'라는 주제에 맞춰 리셉션장, 만찬장을 구성하고 공연, 메뉴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환영 만찬 메뉴. 전채부터 후식까지 모든 메뉴에는 한국과 아프리카 나라들의 연대와 화합을 기원하는 고유의 명칭이 붙었다. [연합]

전채는 ‘네 개의 강(Four Rivers)’. 네 개의 냉채(채소 밀쌈말이, 유자소스 가리비냉채, 아보카도 넣은 오이선, 캐비어 올린 게살무복쌈)와 시금치 바질 페이스트로 한국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네 개의 강과 흐름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찰옥수수와 호랑이콩, 밤이 재료로 쓰인 죽 ‘고원의 여명(Dawn of the Plateau)’이 제공됐다. 고원의 여명이라는 이름은 죽이 담긴 접시 테두리에 뿌려진 옥수숫가루로도 표현됐다.

이후 한식으로 제공된 형형색색 나물이 올려진 비빔밥과 모시조개 두부 된장국은 ‘숲의 합창(Choir of the Forest)’이란 메뉴명이 붙여졌다. 마무리 후식은 ‘꿈꾸는 대륙(Dreaming Continent)’. 한국 전통 모약과와 초콜릿, 유자 냉차가 어우러져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표현했다.

특히 무대 중앙에 코스 메뉴와 관련된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했는데, 시각·청각·미각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경험이 보여주는 K 애니메이션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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