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안먼 광장 진압 35주년을 하루 앞둔 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경찰관들이 공연예술가 산무 첸을 연행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홍콩에서 4일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을 추모하려던 예술가가 연행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날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시위 기념일로, 현지 경찰 감시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전날 밤 9시30분께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 천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8964’를 한자로 쓰자마자 그를 지켜보던 30여명의 경찰관이 곧바로 그를 연행해갔다. ‘8964’는 중국 당국이 톈안먼 시위를 유혈 진압한 1989년 6월 4일을 상징한다.
HKFP는 “4일은 홍콩이 자체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시위 기념일”이라며 “홍콩 경찰은 지난주 처음으로 이 새로운 보안법을 거론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과 홍콩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7명을 체포한 데 이어 전날 8번째 체포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지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4일 저녁이면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던 홍콩 빅토리아파크 인근에는 경찰이 대거 배치됐다. 코즈웨이베이 등 번화가에서 경찰 장갑차가 목격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천주교 홍콩 교구는 3년 연속 톈안먼 추모 미사를 열지 않는다. 천주교 홍콩 교구는 HKFP에 추모 미사 대신 중국의 천주교 교회와 중국을 위해 기도하는 미사를 약 일주일 전에 열었다고 밝혔다.
앞서 천주교 홍콩 교구는 30여년 간 톈안먼 희생자 추모 미사를 개최해왔다. 2021년에는 홍콩 7개 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열렸다. 그러나 홍콩 교구는 2022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며 처음으로 예정됐던 추모 미사를 취소했고, 지난해에도 미사를 열지 않았다.
홍콩에선 2020년 6월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홍콩 당국이 자체 제정한 별도의 국가보안법이 추가로 시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차우 홍콩 추기경은 지난달 말 현지 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사람들은 용서를 통해서만 35년 전 수도(베이징)에서 일어난 일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톈안먼 시위 추모 행사가 2021년부터 사라진 것에 대한 홍콩 안팎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나왔다. ‘중국화’에 속도가 붙은 홍콩에서는 종교계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홍콩 기독교 주간지 ‘크리스천 타임스’(時代論壇)가 지난 1일자 1면 대부분을 백지로 내보내며 현지에서 더 이상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이례적으로 ‘저항’해 이목을 끌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홍콩 경찰 수백병이 도심 주요 지적에서 경계 순찰을 강화할 것이며, 집회를 촉구하는 소셜미디어 게시글도 감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홍콩 교육부가 전날 일선 초중고에 내려보낸 회람을 통해 학교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홍콩을 어떻게 지키는지와 202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홍콩 교육부는 학생들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트리는 수상한 사건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