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MBK파트너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독자적인 물류 센터를 보유해 오프라인 유통사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쿠팡 등 국내외 이커머스까지 인수 후보가 될 수 있어서다.
3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세부 절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달 투자안내서 배포를 시작으로 관련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강점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채널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축한 직영 매장을 바탕으로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배민, 부릉 등 주요 기업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즉시 배송’은 최근 2년간 연평균 80% 이상 성장했다.
전국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총 315곳이다. 상품 공급 계약을 맺은 개인슈퍼를 포함하면 400여 곳을 웃돈다. 업계는 개인 슈퍼와 상품 거래 계약 인수도 매각 조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특히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별도로 구축한 독자적인 물류센터는 3곳이다. 경기 오산물류센터(1만4672㎡), 용인 남사물류센터(1만310㎡) 경남 함안물류센터(4631㎡)다. 모두 냉장 시스템을 구축해 신선 식품 배송에 특화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내 18만㎡(약 5만4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국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쿠팡이 오프라인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아마존을 모델 삼아 성장했다”며 “아마존이 인수합병을 통해 오프라인에 진출한 것처럼 쿠팡도 전처를 밟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실제 아마존은 지난 2017년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137억달러에 인수했다.
GS더프레시(GS리테일)과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 롯데슈퍼 등 기존 SSM도 물망에 오른다. 이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점유율을 20%씩 나눠 ‘4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GS리테일만 대형마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GS리테일이 SSM 확장해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SM 업체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나머지 3강 가운데 한 업체가 인수한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정부의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DH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모두 가지면 시장 독과점으로 소비자와 기존 업체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