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여야 간 국회 원(院)구성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금주 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마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11개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민주당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스스로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무노동 불법세력’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민생위기 대책도 한시가 급하고, 순직한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특검법도 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3법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하고, 국회법에 따라 대정부 질의도 이달 중에 실시해 산적한 현안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 원 구성이 돼야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야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 배분을 마치겠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 자리에 민주당이 자당 몫 후보 명단을 제출한 반면, 국민의힘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며 상임위 구성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한 후 남은 7개 상임위원장 후보마저 국민의힘이 제출하지 않는다면, 본회의를 또 다시 열어 원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국회 원 구성과 관련 “국내 경제 상황이라든가 정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국민들의 민심을 받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는 처리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민주당이 제출한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제외한 7개 상임위에 대해 “본회의를 열어서 이번 주 안에는 선출해야 한다”며 “지금 국회 일정과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상임위가 신속하게 가동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22대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인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이 아직 비어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국민의힘이 불참 의사를 밝히며 무산됐다. [연합] |
22대 개원 후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여야는 지난 주말 사이에도 원 구성 방안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민주당이 협상의 전제로 제시한 법사·운영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전날(9일) 오후 5시에 만나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우원식 의장도 회동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회법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끝까지 협상을 거절한다면 7개 상임위까지 취하는 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민주당이 11개 상임위 구성안을 단독으로 제출하자 “민주당의 횡포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일방적인 상임위 안을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았으므로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맡는 것이 맞고, 운영위원장도 국회 역사상 계속 여당이 맡아 왔기 때문에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며 “이것은 우리 국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여야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지켜 온 전통이자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일만 석유 시추 사업을 두고 정부에 대한 현안질의가 시급한 산자위 등 상임위는 여당의 몫으로 남겨뒀는데도 국민의힘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선거로 심판 받은 집권여당이 이런 행태를 계속 보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