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핀테크 출자길 연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핀테크 기업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M&A)을 허용해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핀테크 인수를 통해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내놓는 글로벌 은행처럼 국내 은행에도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로 추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당국, 은행 부수업무 규제완화 가닥=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혁신적 금융서비스 발굴·출시 지원을 위해 핀테크 관련 업무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영위하도록 해 핀테크 기업 지분투자 및 인수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이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비금융회사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수업무 범위를 넓혀 핀테크 관련 업무를 추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법은 은행의 업무범위를 은행업무·부수업무·겸영업무 등으로 나누는데, 부수업무는 대통령령 등에 범위를 정하는 포지티브(열거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은행도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핀테크 인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의 부수업무를 손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숙원’ 풀리나…일본도 금융당국이 규제완화 앞장=핀테크 출자·인수 허용은 은행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강력한 플랫폼과 기술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산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도, 은행들은 낡은 ‘금산분리(금융자본-산업자본 간 소유·지배 금지)’ 프레임에 갇혀 발전하지 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많았다.

특히, 은행은 인구감소·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하우, 기술 등을 활용해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신규 투자를 활발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은 현재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며 “핀테크가 무임승차해 얻게 되는 은행의 정보도 매우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국내 은행들은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BNP파리바, 크레디트 스위스 등 주요 글로벌 IB들은 2019년부터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핀테크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자기자본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을 직접 인수하거나 핀테크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은행 업무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업무범위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그 전까지 일본 은행들은 비금융업을 영위할 때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와 우월적 지위에 대한 남용 등의 우려로 인해 비금융업 진출이 엄격히 제한됐다.

이에 두 차례의 은행법 개정을 통해 비금융 자회사 유형으로 ▷은행업 고도화 ▷이용자 편익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생산성 향상 ▷지속가능사회 구축에 기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업고도화등회사’를 도입했다. 아울러 은행 업무와 관련된 종속업무를 수행하는 종속업무회사에 적용되는 수입의존도 규제를 완화해 적극적으로 종속업무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게 했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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