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 계획 발표에 이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이 동참 여부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의정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직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노조는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규탄했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8일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과 4곳 이상이 휴진한다.
노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4개 과가 휴진한다고 했는데 오늘 병원을 돌아다녀 보니 휴진하려는 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휴진일까지 (영업일 기준) 5일이 채 남지 않아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병원 직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4월 30일에 휴진한 적이 있는데 당시 교수 비대위에서 더 이상의 휴진은 없을 거라고 노조에 말했었다”며 “그런데 불과 몇주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휴진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루에 보통 환자 7000명을 보는데 검사와 시술, 수술 예약을 모두 따지면 하루 휴진에 약 2만1000건의 예약을 변경해야 한다”며 “예약 변경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욕설도 많이 듣고 고충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이탈로 병동 일부가 폐쇄돼 직원들이 여기저기에 찢어져 있거나 무급휴가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또 휴진한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병원에 대자보를 붙이고 직원들에게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의 해를 주는 어떤 것도 멀리하겠노라.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은 저마다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휴진을 철회하는 교수도 있고, 진료 예약 변경을 직접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3100명의 조합원을 둔 단독노조로 서울대병원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