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 인수전, 쟁쟁한 PE 모였다…태영 구조조정 ‘청신호’ [주간 '딜'리버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빅딜로 손꼽히는 에코비트의 예비인수자 면면이 공개됐다.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큰 손 기관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에코비트 매각은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태영그룹 구조조정 성패를 좌우할 딜인만큼 본입찰까지 인수 경쟁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숏리스트에 IMM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 칼라일, 거캐피탈, 케펠 인프라 등 4곳이 포함됐다.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실사 이후 7월 말 본입찰을 계획 중이다.

거래 대상은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소유 중인 에코비트 지분 100%다. 에코비트 기업가치(EV)는 2조5000억원~3조원 사이에서 언급된다. 작년 말 연결기준 에코비트의 순차입금이 551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 거래가는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에코비트는 다운사이클 구간인 폐기물 사업으로 매각 초기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예비입찰 이후 쟁쟁한 PE가 숏리스트로 추려지면서 흥행 요소가 다분해졌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 특성상 인프라 자산 성격을 갖추고 있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점이 긍정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매도자 측은 가격은 물론 잠재 인수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격 인수후보를 선택했다. 컨소시엄을 꾸린 IMM인베스트먼트와 IMM PE는 유일한 국내 투자자인 점이 부각된다. 국내 기업 바이아웃 경험이 풍부한 만큼 기업 경영과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자 대비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특히 IMM인베스트먼트는 환경 기업 EMK 투자와 회수 경험 있으며 이번에 컨소시엄까지 구성하면서 인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 IMM인베스트로부터 EMK를 인수했던 싱가포르 소재 케펠인프라도 에코비트 인수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당시 7700억원에 EMK 경영권을 사들였으며 이는 최근 국내에서 성사된 폐기물 관련 M&A 가운데 규모 있는 거래로 손꼽힌다.

케펠은 인프라 펀드 재원을 활용해 처음으로 환경 기업인 EMK를 인수했으며 한국에서 투자를 개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에코비트를 인수할 경우 EMK와 시너지는 물론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도 기대되고 있다.

케펠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만 정의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바이아웃 투자자와 달리 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로 보유한다. 20년간 에코비트를 운영했던 태영그룹 입장에서는 임직원의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케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칼라일은 투썸플레이스 인수 이후 모처럼 국내 투자에 나섰다. 과거 ADT캡스(SK쉴더스) 투자 이후 사업 안정성이 높은 매물을 찾던 중 에코비트를 낙점했다고 알려졌다. 숏리스트 업체 가운데 자금력은 가장 압도적인 상황이다.

거캐피탈의 경우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다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 투자를 개시한 업체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투자 경험은 있지만 M&A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타사 대비 경험치는 낮지만 한국 내 투자 보폭을 넓힐 의지가 큰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숏리스트에 포함된 원매자들이 본입찰에도 참여해 인수 의지를 가져갈지 주목하고 있다. 에코비트는 수처리, 폐기물 매립과 소각, 재활용 등에서 사업 역량을 보유 중이다. 최근 3개년 연결기준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1183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번에 KDB산업은행이 최대 1조5000억원의 스테이플 파이낸싱(매도자 인수금융)을 지원한다. KDB산업은행은 태영그룹 내 구조조정 기업인 태영건설의 주채권자다. 매도자 측에서 인수금융 자문과 주선 등의 절차를 미리 진행하는 만큼 거래 속도도 앞당길 수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원매자가 참여한 만큼 거래 성사 기대감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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