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VEZZLY)’ 무역센터점에서 제주산 당근이 사용된 '제주 당근 케이크'를 살펴보는 모습. [현대그린푸드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로코노미(Loconomy)의 핵심은 윈-윈(win-win)하는 상생입니다.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업은 매출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영업팀이 수시로 전국 농가와 맛집을 순회하면서 상품을 개발합니다.”(유통업계 관계자)
유통업계가 ‘로코노미’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을 돌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 맛집을 즐기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전국에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지역 맛집의 영향력 확대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대그린푸드는 지역 상생 프로젝트로 ‘모두의 맛집’을 판매 중이다. 지역 맛집을 선정해 이들의 대표 메뉴를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출시한다.
기업들은 협력 파트너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한라닭강정’ 개발 당시 제주도 무항생제 닭다리살 수급을 위해 담당 바이어가 제주도를 30회 이상 찾아 제주 지역 도계장을 수소문했을 정도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떤 농가나 지역 맛집을 섭외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며 “소비자의 이목을 끌만한 상품 콘셉트를 어떻게 구상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기업이 지역 농가나 소상공인과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재발견 프로젝트 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신장했다. 이마트는 용산, 제주 등 전국 10개 점포에서 지역 농수축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해 해당 사업을 진행 중이다.
GS25는 지난해 7월 부산시와 손잡고 ‘부산의 맛 돼지국밥’과 ‘부산의 맛 가래떡 떡볶이’, ‘부신식물떡’ 등을 ‘부산의 맛’을 주제로 한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난달 기준 3종 상품 매출은 출시 초기 대비 170% 이상 상승했다.
이마트 재발견 프로젝트 매장. [이마트 제공] |
정부도 로코노미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 문화 특성을 기반으로 사업자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지역가치창출가) 육성 사업을 2020년부터 추진 중이다. 사업 예산은 2022년 69억원에서 올해 88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창업 위주로 혼자 로컬 관련 사업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하나의 상권을 조성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는 지표에서 나타난다. 2020년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신설 이후 지난해까지 지원기업 931개의 4년간 누적 매출액은 2197억원, 신규채용은 2179억원을 기록했다. 지원 사업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사업 선정 경쟁률은 20.3대 1로 역대 최고였다.
지방의 한계는 넘어야 할 산이다. 소비자가 로노코미 관련 제품을 경험하고, 해당 지역을 방문해도 지역 경제 활성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다른 관광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체류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업 진행도 순탄치만은 않다. 지역 업체의 생산설비는 소량 생산에 맞춰져 있어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또 대형 유통시설 판매를 위해 지켜야 하는 국내 식품위생법이나 유통 업체 자체 품질 기준이 지방 농가나 소상공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산지마다 원가 변동 폭이 커서 판매가가 불안정할 수도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농가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할 수도 있다”며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생산자가 혼자거나 소수의 직원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 생산뿐만 아니라 디자인, 위생, 유통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시민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