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악당 사우론의 눈. [인터넷 캡처]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생물학자들이 아마존에 서식하는 한 열대어의 이름을 유명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악당 ‘사우론’으로 지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브라일 어류학회는 지난 10일 학술지를 통해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새로운 종의 파쿠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파쿠는 식인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냐(Piranha)와 근연종으로 형태가 유사하나 몸길이가 80㎝ 내외까지 자라는 대형 담수어로, 사람과 유사한 치아를 가지고 있다.
이번 학술지에 참여한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파쿠의 측면에 수직으로 새겨져 있는 검은 문양이 마치 J.R.R.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의 악당 사우론의 불타는 눈과 유사한 나머지, ‘마이플로스 사우론’(myloplus sauron)라고 명명했다.
파쿠 종인 마이플로스 사우론. 해당 파쿠의 측면에 수직 모양으로 검게 새겨진 문양이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악당 사우론의 눈을 닮아 해당 인물의 이름이 붙었다. [인터넷 캡처] |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생인 학술지의 저자인 빅토리아 페레이라는 “사우론의 눈과 매우 흡사해서 해당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마이플로스 사우론과 유사한 파쿠 종인 ‘마이플로스 아얄란’(Myloplus aylan)도 새로 발견했다고 전했다.
새로 발견한 생물체에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 남서부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나비에게 ‘반지의 제왕’ 속 악당 캐릭터인 사우론의 이름이 붙여졌다. [인터넷 캡처] |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국제 연구진이 새로 발견한 나비 속(屬) 두 종에게 사우론의 이름을 따 ‘사우로나 트리앵굴라’(Saurona triangular)와 ‘사우로나 아우리게라’(Saurona aurigera)라는 종명을 지은 바 있다.
아마존 남서부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이 나비들은 주황색 날개에 검은 눈같이 보이는 반점이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생물체에 독특한 이름을 붙이는 배경에는 생태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CNN은 전했다.
자연사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블랑카 후에르타스 박사는 “나비들에게 특이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간 과소평가되었던 나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나비들은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레이 역시 “대중문화와 관련된 이름으로 짓는 것이 새로 발견된 물고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아마존의 생태계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학 생물학과 조교수 매튜 콜만은 “파쿠는 주로 배출과정에서 섭취했던 과일 등의 씨앗을 퍼뜨리는 경향이 있어서, 숲을 확장하고 질병을 제한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매우 놓은 어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우리는 아마존 일대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생물이 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크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 특정 생태계에 서식하는 종들을 발견하고 조사하는 것이 멸종 위기에 빠진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