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국내에서 K팝(K-POP) 연수 등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위해 ‘K-컬처 연수비자’의 시범 운영을 연내 시작하고, 외국인들이 자국 근로 활동을 유지하며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지역특화형 디지털노마드 비자’의 도입을 추진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의 호텔·음식점 등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경복궁을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 |
정부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관광수입 증대를 위한 외국인 방한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방한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90% 수준을 회복했으나, 관광수입은 이 기간 70% 회복하는 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번 방안은 2027년까지 방한관광객 3000만명, 관광수입 300억달러를 목표로 ▷입국절차 간소화 ▷체류기간 확대 ▷관광소비 촉진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비자 시스템을 개선한다. 방한 관광객이 늘어나는 동남아 국가 등의 관광비자 발급 소요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자심사 인력, 비자신청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한다. 현재 50명인 단체관광객의 전자여행허가(K-ETA) 일괄신청 범위를 확대하고, 여권 자동판독(OCR) 기능을 도입해 입력 정보를 간소화한다. 다국어 서비스 확대와 증빙서류 제출 기능 추가 등으로 이용자 편의도 개선한다.
장기 체류 외국인 유치를 위해 ‘특화 비자’도 도입한다. K팝, 안무, 모델 등 K-컬처 분야 연수를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K-컬처 연수비자’의 시범운영을 연내 추진한다.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일정기간에 한 번씩 본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받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원격근무 등으로 자국 근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역특화형 디지털노마드(워케이션) 비자’ 도입을 검토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와 연계해 비자 요건을 다양화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기업회의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등 마이스(MICE) 행사 주요 참가자가 입국할 때 우대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앙행정기관 또는 광역자치단체가 국제행사를 열 때 ‘동반자 관광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함께 수립하면 국고 지원 심사 과정에서 우대해준다.
정부는 크루즈 관광객의 관광 체류시간 확대를 위해 무인자동심사대를 추가로 설치해 출입국 심사시간을 단축하고, 크루즈 여객터미널 운영시간도 탄력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방공항과 해외도시 간 직항 노선도 확대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부산-자카르타, 청주-발리 노선을 신설하고 대구-울란바토르 노선의 운항횟수를 늘린다. 방한 수요가 많은 필리핀 등의 국가와 운수권 신설·증대를 지속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관광객이 짐 없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일명 ‘빈손 관광’ 서비스도 확대한다. KTX역사에서 호텔까지 짐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철도역을 기존 9곳에서 16곳으로 늘린다. 출국 전 공항 밖에서 개인 수하물을 미리 위탁하는 ‘이지 드랍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한다. 인천공항에서 환승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캐리어 수령 없이 관광할 수 있도록 전원 변환 어댑터, 보조배터리 등 ‘웰컴 키트’를 제공한다.
지도앱 이용과 대중교통 승차 편의도 개선한다. 외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국내 지도앱에서 주요 방문지에 대한 사용자 후기(한글)를 영어·중국어 등으로 번역해 제공한다. 해외 신용카드로 모바일앱에서 선불금 충전이 가능한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입국 비행편에서 판매하고, 국내 주요 도시에서 사용 가능한 단기 대중교통 승차권을 도입한다. SRT·KTX 온라인 예매시스템 내 다국어 서비스와 좌석 지정 기능 등을 추가하는 동시에 방한 항공권 구매 시 KTX 승차권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항공-철도 연계 발권 서비스’ 대상역을 현재 9개역에서 14개역으로 늘린다.
관광 프로그램과 인프라도 확충한다. ‘치맥’, ‘즉석사진’ 등 한국인의 일상을 즐기는 ‘K-라이프스타일’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관광단지에 숙박과 휴양·레저, 쇼핑 등 용도가 다른 시설이 한 데 들어설 수 있도록 ‘복합시설지구’ 유형을 신설한다. 관광객이 출국할 때 부가세를 쉽게 환급받을 수 있도록 기존 인천공항에 더해 7개 지방공항에서도 면세품 반출확인 모바일 서비스를 시행한다.
관광객 방문이 많은 주요 지역의 호텔·음식점 등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호텔 접수사무원 비자(E-7)는 고용업체 요건을 개편한다. 현재 기준은 총 400명 이내(호텔당 최대 5명), 전년도 외국인 객실 이용률 40% 초과 등이다. 호텔·콘도·음식점업 주방보조원과 청소원 비자(E-9)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을 토대로 지역·계약 조건, 업력 요건 등 고용허가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정부는 방한 외국인의 체류 데이터를 시군구 단위에서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지역 관광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방한관광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지역축제 물가관리 노력을 ‘지방물가 안정관리 평가’에 반영하고, 민관 합동점검반을 가동해 지역축제와 피서지 등에서 바가지요금·부당 상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