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대구 중구청 직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치킨집 갑질'로 공분을 불러 일으킨 대구 주구청 공무원들이 사과하겠다며 해당 치킨집을 찾아가 보인 태도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구 중구청의 거짓된 사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치킨집에 행패 난동 갑질 협박한 대구 중구청 X들이 다시 찾아가 사과했다는 장면"이라며 사진 2장을 첨부했다. 사진을 보면 남성 3명 중 한 명은 팔짱을 끼고 있으며, 다른 한 명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짝다리를 짚은 채 서 있다.
작성자는 이들이 갑질을 한 중구청 직원들이라고 전하며 "저게 사과하는 자세냐. 제가 46년 살면서 저런 자세로 사과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건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라 싸우자는 자세"라며 "팔짱을 끼고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사과하는 사람 본 적 있느냐.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은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 보도된 화면 일부를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방송은 갑질 논란의 당사자들이 지난 18일 치킨집을 찾아 사과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이 사진을 보고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사과를 가장한 협박", "사람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자세는 아닌 것 같다", "허리에 손은 마지막 자존심인가" 등 반응을 보였다.
'치킨집 갑질' 논란은 지난 13일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갑질 피해를 입은 업주가 호소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해당 업주는 글에서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손님들이 들어오셨다"며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하기에 경기도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손님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전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의 갑질 제보 영상['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
그에 따르면, 당시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치킨과 술을 주문해 마셨는데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했다고 한다. 업주의 아내는 "물을 흘리셨나요?"라 묻자,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행동을 취했으며, 다른 손님들도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고 한다. 업주의 아내는 키친타월로 테이블 쪽 맥주가 가득한 곳을 닦았다.
이후 손님들은 계산하고 나갔는데, 그 중 한 명이 다시 들어와 업주의 아내에게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따졌고, 나머지 일행들도 뒤따라 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 중 한 명은 "나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중구청은 진상조사에 나서 손님 4명 모두 구청 직원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해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구청은 현재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수사 의뢰까지도 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