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손흥민(왼쪽)과 로드리고 벤탄쿠르. [EPA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훗스퍼의 '캡틴'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21일(한국시간) "벤탕쿠르는 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FA는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더 스퍼스 익스프레스'도 "FA가 벤탕쿠르에게 징계를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벤탕쿠르는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우루과이 출신의 벤탕쿠르는 지난 15일 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는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팬들이 비난이 이어지자 벤탄쿠르는 SNS를 통해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흥민이 자신의 SNS에 밝힌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한 입장. [인스타그램 캡처] |
국내에서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EPL 모든 구단에 "손흥민이 소속팀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는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의 인권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심각성을 전달했다"며 "동아시아는 물론 더 큰 범주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온 FA는 이미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FA는 그라운드 안에서 이뤄진 인종차별적 행위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경기 외 상황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사건에도 징계를 해왔다.
2019년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SNS에서 팀 동료 뱅자맹 멘디의 피부색을 짙은 갈색인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에 비유해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21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에딘손 카바니가 SNS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흑인을 비하할 때 쓰이곤 하는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3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