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특수선기본설계팀이 14일 서울 중구 한화오션 서울사무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영 엔지니어, 정원규 책임엔지니어, 박영준 책임엔지니어, 홍성대 책임엔지니어, 황인준 팀장, 김민석 엔지니어, 최동일 설계위원. 임세준 기자 |
“자동차로 치면 신기술이 적용된 신차(新車)는 항상 한화오션이 뽑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최초의 해군 구축함 KDX-Ⅰ 광개토대왕함,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KDX-Ⅱ 충무공이순신함, 세계 최초로 이지스 전투체계를 블록 단계에서 선행 탑재한(블루스카이 로드아웃 공법) 이지스 구축함 KDX-Ⅲ 율곡이이함, 국내 수상함 최초로 가스터빈-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된 대구함, 국내 최초로 전전기추진체계가 적용된 장보고-III 등.
역대 실적만 봐도 ‘최초’란 수식어가 수두룩하다. 말 그대로 한국 해군의 ‘기념비적’ 함정들 대부분이 한화오션의 작품이다. 옛 대우조선해양시절부터 최고 기술력의 ‘함정 명가’로 불린 이유다.
‘최초’의 뒤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한화오션 내에서 함정의 설계부터 영업(수주)까지 모든 과정을 소화하는 특수선기본설계팀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설계와 영업이 분리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특이한 조직이다. 한화오션 내 특수선 설계조직 8개팀 가운데서도 모든 공종을 담당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화오션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황인준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특수선기본설계팀장은 “저희처럼 초기의 개념설계와 건조를 위한 기본설계, 영업하기 좋게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 제안서 업무 등을 다 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특수선기본설계팀은 기본계산, 선체 구조설계, 의장설계, 공조설계, 선실계통, 무기체계, 전장설계, 추진체계 등 8개 공종을 담당하는 인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심지어 수주를 위한 제안서까지 직접 쓴다. 단순 설계에 그치지 않고 사업적 측면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김민석 엔지니어는 “학교에서는 단순히 선박의 선형, 외벽 두께 계산 등을 배웠다면, 특수선기본설계팀 자체가 모든 것을 총괄하는 곳이다 보니 알아야 할 것도 많다”고 했다.
모든 공종을 담당하니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자연히 그 자체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황 팀장은 “시야를 매우 넓게 볼 수 있고, 전체적인 (함정)개념들을 잡는데도 유리하다”며 “제안서를 만들 때도 장점이 있고, 최근 수주 성적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서는 기술력 측면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한국 해군의 혁신적인 (함정) 모델들은 다 한화오션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의 기술 경쟁력이 ‘퀀텀점프’한 계기로 한화그룹으로의 인수를 꼽았다. 기존에는 ‘조선소가 할 수 있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추진체계를 가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함정 전투체계를 가진 한화시스템 등과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황 팀장은 ‘날개를 달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화오션이 큰 프레임(함정)을 만들면 거기에 탑재되는 장비를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가 만드는 것”이라며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며 자연스레 새로운 솔루션이 나오고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를 통해 최근 첨단화·무인화 등이 화두로 떠오른 세계적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무기 설계를 담당하는 최동일 설계위원은 “점점 더 복잡화·첨단화 되는 무기를 함정에 어떻게 잘 설치할 것인지(체계통합)가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며 “체계통합을 잘하려면 전문성과 경험, 장비업체들과의 협업이 필요한데 한화오션은 각종 기념비적 함정 건조 실적이 있고,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가 가족사로 있으니 여느 조선소보다 잘 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최초·최고’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도 강점 중 하나다. 황 팀장은 “과거부터 비용보다는 ‘어떻게 고객에게 최고의 함정을 제공할 것인가’를 우선하는 경향이 아예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니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자연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데 대한 두려움도 없다”고 했다.
기본성능 설계를 맡은 박영준 책임엔지니어는 “새로운 것을 개척하다 보니 대안을 수십, 수백개를 검토하고 계산하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2016년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첨단함형 적용 연구를 수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당시에는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로 어려웠었지만, 상당히 가치가 있고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김원영 엔지니어 역시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 모든 배가 다 ‘처음’, ‘최초’인 경우가 많았다”며 “기존의 함정을 레퍼런스 삼더라도 결국은 거기서 또 새로운 함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강점을 내세워 하반기로 예정된 KDDX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태다.
의장 분야 담당이자 KDDX 제안서 프로젝트 리더(PL)를 맡고 있는 정원규 책임엔지니어는 “한화오션은 KDX-Ⅰ을 기본설계하며 한국의 현대식 전투함 기틀을 만든 현대식 전투함의 효시 기업”이라며 “KDDX 역시 2012년 개념설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후 여러 가지 기술들을 갖추며 엄청난 준비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2016년 KDDX 첨단함형 적용 연구, 2019년 KDDX 스마트기술 및 무인체계 적용 연구 등을 진행했다. 또, 최근에는 KDDX 전전기추진체계와 통합 마스트 함정설계 고도화 핵심기술을 확보키도 했다.
전기분야 담당 홍성대 책임엔지니어는 “KDDX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완전 전기차’”라며 “최초의 전기 전투함이 될 배를 개념설계부터 저희가 계속 준비해왔고, 지난달에는 전기 전투함을 움직이는 제어기술의 국가기술개발 사업을 완료하는 등 기술력도 모두 준비된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방산 분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술유출 등을 막기 위한 ‘보안’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 팀장은 “특수선 구역은 아예 별도로 분리해 물리적으로 보안을 철저하게 하고 있어 저희 대표이사님도 못 들어오신다”며 “소프트웨어쪽으로도 방산망, 일반망을 구별해 아예 반출이 안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