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7월 4일 땡볕에 ‘환자 1000명’ 길거리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료공백 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분노한 환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무더위에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서라도 환자들이 직접 의사 집단행동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오는 7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주최 측이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면서 적어낸 예상 참여 인원은 1000명이다.

환자단체 회원들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혹은 보호자인 만큼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환자단체들에 따르면 1000명 규모가 참여하는 환자 집회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2014년, 2020년 등 의사 집단행동 중에서도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의료공백 사태 속에 ‘앞으로 환자를 함부로 했다가는 환자들이 직접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단체는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장기화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의 집단이탈로 시작된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환자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단체들은 그동안 정부 인사, 국회의원 면담이나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의사들이 총궐기대회를 하는데 우리(환자단체들)가 1만명을 모을 수는 없지만 총궐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의견이 모였다”며 “정말 덥지만 그래도 한번은 직접 국민에게 (환자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그동안 (이번 의료공백 상황에서) 국무총리나 복지부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료계도, 정부도, 국회도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이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환자가 대부분인 데다가 초여름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최 측은 집회 시간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잡았다. 무더위에 건강이 악화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등도 대기시킬 계획이다.

환단연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장 큰 규모의 연합 환자단체다.

이 단체는 의료공백 사태의 빠른 종결, 진료지원인력(PA간호사) 합법화와 함께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집회를 자제했지만,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더는 못 참겠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환자 생명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직접 단호히 대처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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