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탕웨이가 알리익스프레스 광고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이커머스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각국이 이들에 대한 규제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들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외교부 경제안보센터(CESFA)가 발간한 ‘주요국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규제 논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를 필두로 쉬인과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해외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쇼핑 앱(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순위에서 쉬인과 테무가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무는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돼 50개 나라에 진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쇼핑앱 1위에 올랐다.
중국계 이커머스들은 ▷중국 내 생산자와 협업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사용자 확보 ▷데이터 분석 기술 활용이라는 세 가지 공통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우선 중국 이커머스들은 중국 내 대규모 생산자와 직접 협업해 빠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또한 중국 이커머스들은 완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판매자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넘기면,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가격 책정, 판매, 배송, AS(사후관리)를 전부 맡는다.
중국 이커머스들은 자국에서 플랫폼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여러 국가에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를 파악해 매일 수천 개의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소액물품 면세제도를 활용해 소비자 직접구매(직구)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주요국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규제 논의 동향’ 보고서 캡쳐] |
중국계 이커머스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해외 직구로 다량의 중국산 저가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면서 공급망이나 플랫폼, 통상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규제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로 중국 현지 제품이 중간 유통자를 통한 검수 없이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인권이나 노동, 소비자 보호와 제품 안전 등 중국 내 공급망 관리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가품 이슈를 비롯해 거래되는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발견되는 등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쉬인 등에서 판매하는 의류 제품의 생산 과정이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고, 일부 제품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의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대한 우려와, 수집한 데이터들이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액물품 면세 제도를 통해 중국산 저가 제품이 검사 없이 다량으로 시장에 유입되면서 현지 중소업체에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집행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액물품 면세 제도(De Minimis)’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소액물품 면세제도란 중국과 같은 비시장 경제 국가에서 반입되는 물품의 소액면제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도 ‘관세 개혁안(EU Customs Reform)’을 발표해 EU의 150유로(약 22만원) 이하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면세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디지털 서비스법(DSA)’에 따라 알리 익스프레스에 대한 공식 조사 개시를 발표하고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한국 또한 정부부처와 각종 유관 기관들이 중국계 이커머스들을 통한 해외 직구의 폐해를 인식하고 다양한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보고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각국의 규제 강화 논의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각국에서 도입하는 규제 방식에 따라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계 이커머스들도 이런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이런 각국의 규제 움직직음 언급한 뒤 “이런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