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친 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아람타 마을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내 친(親) 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친 이란 무장당체 수만명이 가담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 방송국 채널14 프로그램에 출연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이 도전 역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멀리 후퇴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헤즈볼라의 무력 공세로 피란길에 오른 북부 지역 10만 명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와의 전투가 거의 끝나간다면서 현 단계의 전투가 종료되면 더 많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과 접경한 북부 전선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 인터뷰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마지막 대규모 충돌은 지난 2006년에 발생했다. 다시 양측은 34일간의 교전을 벌여 레바논에서 1200여명, 이스라엘에서 14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 한 이후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국경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수백발과 폭탄을 실은 드론을 발사해 보복에 나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친 이란 무장단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3년 간 시리아 내전을 통해 결속을 다져온 친 이란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에 개입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최근 연설에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에 있는 무장단체 지도자들이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수만명(tens of thousands) 전투원을 보내겠다고 밝혔다”면서 “헤즈볼라는 이미 10만명 이상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미 병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와 로켓과 드론 공격 위주로 치러지는 현재와 같은 전투상황에서는 헤즈볼라 전투원만으로 충분하지만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앞서 2017년 연설에서 주변국의 무장단체 전사들이 ‘전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헤즈볼라 전문가 카심 카시르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헤즈볼라는 레바논 외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바논과 이라크 내 무장단체 관계자들은 폴리티코에 수천명의 병력이 이미 시리아에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와 레바논 사이 국경지대는 허허벌판에 가까워 이들이 개입을 시도할 경우 이스라라엘이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라크 인민동원군, 아프가니스탄 파티미윤, 파키스탄 자이나비윤, 예맨 후티 반군 등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무장단체로 꼽았다.
에란 에치온 전 이스라엘 외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20일 워싱턴 중동연구소 주최 패널 토론에서 “이스라엘은 여러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관문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에 이란제 무기를 대거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내부 고발자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헤즈볼라가 공항에 이란산 팔라크 로켓, 파테흐-100 단거리 미사일, 차량 탑재용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 320㎞의 M-600 미사일 등을 저장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베이루트 시내 중심부에서 단 6.5㎞ 떨어진 이 공항이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