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아이다호주에서 의료적 응급 상황 시 ‘긴급 낙태’를 허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대법원 홈페이지에 잠시 올라온 결정문 사본을 인용, 대법원이 아이다호주에서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도 병원들이 긴급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법관들은 6대 3의 의견으로 아이다호주와 공화당 의원들의 상고 기각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없다고 한 하급심 판결이 다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아이다호주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주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의사들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심각한 건강 위험을 가진 여성들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이다호주의 엄격한 낙태 금지법이 연방정부 자금을 받는 병원들에 위급한 환자를 안정시키거나 이송할 의무를 부여한 ‘응급의료처치 및 노동법(EMTALA)’과 충돌한다며 2022년 아이다호주를 제소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바이든 행정부 손을 들어줬다가 2심에서 뒤집혔는데 항소법원이 소속 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다시 심리하기로 했다.
항소법원은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으나 아이다호주가 이를 문제 삼아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다.
다만 대법원이 아이다호주의 상고를 기각하더라도 이는 소송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낙태 금지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조치다. 결국 이 사건은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확정 공개된 결정문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아이다호주의 상고를 기각할 경우 ‘낙태권’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27일 첫 TV 토론을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직 대법관들이 본 사건에 대해 판결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결정은 2년 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낙태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바이든 행정부에게 적어도 일시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대법원 미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현안인 낙태 관련 판결을 사전에 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2022년 6월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보호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낙태 허용 여부를 사실상 각 주에 맡겼는데, 선고 수주 전에 폴리티코가 결정문을 입수해 보도했고 그 내용은 실제 선고와 동일했다.
이번 결정문 노출에 대해 퍼트리샤 매케이브 대법원 대변인은 부주의로 문서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문서가 최종 결정문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