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국가 비상사태에 가깝다. 지금의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경제, 사회, 교육, 안보 등 전 분야에서 국가 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 우리가 놓쳤을 뿐 경고등은 진작부터 켜져 있었다. 1980년대 초 합계출산율이 이미 대체출산율 보다 낮아졌지만 출산장려 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은 늦었고 단기적 문제 해결에 급급했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급변하는 국민의 인식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저출생 정책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다.
저출생 정책의 변화는 그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될 터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계속 국민을 만나고 수많은 현장을 방문한 이유다. 청년과 맞벌이·홑벌이 가족, 난임부부 등 다양한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를 만났고 어린이집과 기업 등 현장을 찾았으며 전 국민 정책제안도 받았다.
그렇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국민의 요구에서 시작해 실책을 복기해 개선점을 찾아 바꾸며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온 사회의 변화가 요구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정책적 대응’과 ‘사회인식 변화’를 양대 축으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말 그대로 초저출생 추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정책적 대응은 일·가정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분야에 걸쳐 15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사용을 편리하게 바꾸는 등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유아와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 돌봄·교육 체계를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결혼·출산이 메리트가 될 수 있도록 출산가구에 대한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을 사실상 한시 폐지하는 등 결혼부터 양육까지 국가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일자리, 사교육,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도 관계부처와 원 팀으로 지속 대응한다. 정책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조속히,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기에 매월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정책 실행도 점검할 계획이다.
가족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현실을 타개하고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란 질문에 ‘아이가 행복’이라고 답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고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제·종교·언론계·지자체 등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출산과 육아를 환영하고 긍정하는 인식을 확산하는 등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이다.
결혼과 출산은 국민들의 현실에 대한 만족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눈과 귀를 열어 국민들과 소통하고 새롭게 발표한 정책의 실행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저출생 흐름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동안의 실기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정책 발표 한 번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대책을 국민 신뢰를 위한 첫 걸음으로 여기고자 한다.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달라진 정책을 달라진 태도와 행동으로 입증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국민들께 저출생 정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