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째 계속된 北 오물풍선에 경찰도 ‘허덕’…치안공백 우려마저

서울 시내 곳곳에 떨어진 오물풍선 모습[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정주원·김민지·차민주·김도윤 수습기자]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인해 경찰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한달 째 이어진 오물풍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 지금까지 경기와 서울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만 수천건에 이른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군이 현장 정리를 완료할 때까지 경계를 서는데, 한번 출동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은 서너시간에 이른다. 일각에선 경찰의 ‘오물풍선’ 대응으로 치안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6차 살포가 있었던 지난 26일 오전 용산경찰서 관할의 한 지구대에서는 5시간 동안 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구대 근무 순경은 “오물풍선이 관할 내에 여기저기서 발견됐다”며 “직사각형으로 잘려진 종이가 바닥에 무수히 떨어져있어서 매우 어지러운 광경이었다. 당장 시민들이 출근하는 바쁜 시간대라서 장갑을 끼고 종이들을 수거했다”고 말했다.

용산서 관할 한 파출소에서는 지난 26일 늦은 밤에도 신고가 접수돼 급히 출동했지만 허탕을 쳤다. 파출소장은 “신고자가 땅에 떨어진 게 아니라 공중에 떠가는 걸 보고 신고한 것 같다. 신고 장소로 출동해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복귀했다”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추락지점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성동경찰서 관할의 한 지구대에서도 지난 25일 오전 8시~9시 한 시간 사이에 광희중학교에 떨어진 풍선을 포함해 2건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북한이 5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한 지난 24일 밤 9시부터 28일 오전 5시까지 닷새간 전국 112신고 누계는 668건이다. 이중 재난문자 문의 또는 오인 신고를 제외한, 풍선을 발견했다는 구체적인 신고는 570건이다.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줄잡아 수천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기본 가이드라인은 ‘신고를 받으면 출동한다’이다. 현장 최일선에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이 땅에 떨어진 풍선은 열에 아홉 직접 출동해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동 건수는 경찰청 차원에서 통계로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신고가 곧 출동으로 이어지는데다, 이번주 북한이 보낸 풍선이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집중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 서울 시내 지구대·파출소에서 하루 평균 100건 가까이 출동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번 출동할 때마다 현장에서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에 달한다. 강북경찰서 산하의 한 파출소에서는 27일 중랑천에서 발견된 오물풍선 신고를 받고 오전 7시 출동해 10시께 복귀했다. 파출소 근무 경위는 “3시간을 뙤약볕에서 군부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며 “경찰은 현장보존을 하는 역할이고, 군에서 조사를 마칠 때까지 지나가는 시민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지구대·파출소별로 출동 인원이 다르겠지만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각자 최대한의 인력으로 나가는 것은 동일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끔 파출소에 딱 한 명만 남기고 모두 풍선 떨어진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영등포서 관할의 한 파출소장도 “관내에서 신고를 받아 직접 현장에 나간 적이 있다. 3시간 가량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북한에서 날아온 풍선이라 경찰 조치는 폴리스라인을 쳐두는 데 그치지만, 군이 와서 특이한 물질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쓰레기차가 올 때까지 계속 현장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투입되는 경찰 인력은 풍선 갯수와 풍선이 떨어진 장소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데, 적게는 2~3명이, 평균적으로는 4~5명, 많게는 7~8명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서 관할의 한 파출소 순찰팀장은 “한 지역에 떨어진 풍선 수가 여러개면 지구대, 파출소 경찰은 물론이고 일선서 안보경찰, 형사도 투입된다. 경찰 인력이 어마무시하게 투입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노상이나 기차역에 떨어지면 처리될때까지 기차가 못 다니니까 도로랑 시민 통제까지 해야해서 일반적인 출동 대비 인력 투입이 매우 많고 체류 시간도 길다”고 설명했다.

지구대와 파출소 지역경찰들은 112신고 뿐만 아니라 구청 관제센터 신고에도 응하고 있다. 27일 오후 용산서 관할 한 지구대에서는 구청 관제센터에서 CCTV에서 오물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보인다는 무전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거지역 등 치안 최일선을 담당하는 지역경찰이 오물풍선 처리에 대거 동원되면서 촌각을 다투는 다른 현장을 대응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구대 근무 한 경감은 “방금처럼 구청에서 의심신고를 받고 나갔는데 오인신고였거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는 경우에는 허탈한 마음도 들고, 동시에 우리 관할의 다른 곳에서 급박한 일이 터졌다면 어쩌나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 순경도 “다행히 아직까지 치안공백이 생기지 않았지만 오물풍선 이슈가 없었을 때보다 확실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내용물이 종이쪼가리지만 혹시라도 유해물질이나 폭발성 물질이 있을까 매번 잔뜩 긴장하고 출동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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