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첫째줄 가운데)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단, 정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참배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런 식으로 자꾸 사전 조정이 안되고, 결국 갈등의 앙금이 남아 누적되면 우리 당이 앞으로 단일대오로 가는 그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
국회부의장 및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이 완료됐던 27일 오후 본회의 직전 소집된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부 자성을 촉구하는 중진의원의 비판이 나왔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중진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한 뒤 “지금 소수여당으로서 똘똘 뭉쳐야 하는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갖고도 서로 각자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해서 타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지도부는 또 적극적으로 그걸 조정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6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과 5선의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4선의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과 3선의 김석기(경북 경주)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인 데 대한 비판이다. 통상 지도부의 사전 조율과 중진 간 논의를 거친 ‘추대’가 아닌 후보 간 표 대결 양상이 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후보 정견발표에서는 “대왕고래(6선)가 저수지에서 뛰어노는 것” 등의 발언이 나오며 신경전이 과열됐다.
문제제기를 한 중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선출에 있어 서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며 “많은 의원들이 우려와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투표 결과 국회부의장에는 주 의원, 외통위원장에는 김 의원이 후보로 확정돼 오후 본회의에서 최종 선출됐다. 나머지 6개 상임위원장에는 ▷정무위원장 윤한홍(경남 창원·마산) ▷기획재정위원장 송언석(경북 김천) ▷국방위원장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정보위원장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여성가족위원장 이인선(대구 수성을) 의원이 선출됐다.
당 내에선 이번 경선 과정을 놓고 “친윤·영남 독식”, “총선 참패하고도 자리 싸움을 한다”는 말이 나왔다. 수도권 122석 중 19석이란 초라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비윤·수도권 중진은 단 1명도 위원장직을 맡지 못하면서 ‘영남 중심’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가장 힘들게 싸운 사람들이 수도권 의원들”이라며 “전국정당을 만들자고 하면서 수도권을 배제한 것은 당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 재신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진 3선 의원 비공개 회동에서는 앞서 지도부 당직을 맡았던 영남의 한 의원마저 성일종 사무총장의 국방위원장 출마와 관련해 ‘당직·상임위원장 분리 관례’가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에서 틀과 룰을 정해놓고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도 27일 정견발표에서 선수·나이를 고려한 관례를 언급한 뒤 “저는 논의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제2당이 갖는 관행을 어겼다고 크게 비판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선수 우선 관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