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60엔’ 37년여만에 최저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서며 엔화 가치가 37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화 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자 글로벌 외환시장에는 일본 금융당국 개입주의보가 발령됐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공격적 긴축조치에 나선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국내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3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27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은 160.7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60.81엔에 이어 이틀 연속 160엔대를 돌파하며 거품경제 시대인 1986년 12월 25일(종가 161.45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12% 넘게 하락하며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엔/유로 환율도 이날 유로당 171.93엔으로 마감해 전날 171.79엔보다 소폭 상승했다. 1999년 이후 유로 대비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치다. 엔/달러 환율은 28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61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화가 다시 160엔대로 떨어지면서 미국 금리 인하까지 ‘시간 벌기’를 시도했던 일본 당국의 노력은 사실상 무효가 됐다. 4월 29일 장중 달러당 160.24엔으로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일본 당국의 개입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며 달러당 154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 급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미일 간 금리 차가 지속되는 한 일본 당국의 어떤 조치도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 BNY 멜론 캐피털 마켓의 밥 새비 시장전략책임자는 “연준의 금리인하 전까지 엔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소재 은행의 외환트레이딩 담당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발표되면 당장에 달러당 162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70엔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은 블룸버그통신에 “일본 정부의 단기 개입 만으로는 환율 변동 효과가 없다”며 “엔/달러가 상대적으로 빨리 170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를 인하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여전히 금리 차가 크다는 점도 엔저를 가속시키고 있다. 유럽 기준금리는 5일 4.5%에서 4.25%로 내렸으나, 0~0.1%인 일본 금리와는 여전히 4% 이상 차이가 난다.

엔화 가치 급락에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개입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엔화) 움직임을 분석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 역시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엔화 흐름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틀림없다”며 “과도한 움직임에는 필요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시장에서 당국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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