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최고위원도 ‘비명’소리 사라졌다[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8월 전당대회(전국당원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친명(친이재명) 일색이 될 차기 지도부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룰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점점 더 당 내 환경이 이재명 전 대표 ‘일극 체제’로 흐르는 상황에서, 쓴소리를 던질 수 있는 지도부 후보조차 눈에 띄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다양성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총 6명이다. 재선 강선우·김병주 의원이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밝혔고 지난달 30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날엔 4선 김민석, 초선 이성윤, 재선 한준호 의원이 잇따라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친명으로 꼽히는 이들은 각각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전 대표를 내세웠다. 본인이 최고위원으로 뽑혀야 하는 이유를 넘어 “이재명 대표의 연임은 당원의 명령”(강선우), “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충성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행할 진정한 지도자로 이재명 전 대표를 선택한 것”(한준호) 등 이 전 대표 연임 당위성까지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5월 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선거 이후 거세게 분 당원권한 확대 바람과 무관치 않다. 당원들의 권한을 기존보다 늘려야 한다는 기조 속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 가치가 커졌다. 그동안 중앙위원 100%로 반영되던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이번에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 적용으로 바뀌었다.

정봉주 전 의원을 비롯해 최고위원 출마를 예정한 이들이 더 있는 터라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는 본선에 앞서 예비경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는 최고위원의 경우 9명 이상 출마시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8명의 본선 진출자를 추리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최종 5인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으나 ‘비명’계 출마가 전무해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친명계에선 총선 압승 여론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일뿐이고, 2027년 치러질 대선에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강조하지만 민주당의 강점으로 꼽혀온 ‘다양성’이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민주당의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절차상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당원들의 권한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으로 보완하는 것도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면 민주주의 형식·절차 외에 내용상 하자라고 할 수도 있어서 이런 것들이 당내 정당 민주주의에 기여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상 최고위원은 당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관인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다. 견제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는 지도부 구성원이 전무하면 이 전 대표 일극 체제가 더욱 심해지고, 당 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9~10일 전당대회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선언도 후보자 등록 일정에 맞춰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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